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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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흉내 내기

촛불

정일웅 찻집 2007. 7. 23. 18:52
촛불




겨울 밤
냉혹한 찬바람과 어두움은
방랑자를 더욱 처절하게 만듭니다.

님을 찾는 그리움의 촛불 하나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닙니다.
셔터 내려진 빌딩의 골목길...
벌판에서 바람 불어오는 얼어붙은 냇가의 둑 길...

별빛보다 은은하게
반딧불처럼 외롭게
혼자서 떠돌아다닙니다.

만날 길 없는 님의 허상을 찾아서
방황하는 촛불은

멀고 먼 어느 곳에
님이 있을 거라는 그것만으로
그나마 자기를 태워 빛을 낼 이유가 됩니다.

자학에 길들여지고
고독에 이골이 난 외로운 사내의
간장에서 짜낸 기름의 촛불은
기다림의 이유가 있을 때까지는 꺼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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