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주가 제작년부터 고구마를 심기 시작했다.
제작년에는 고구마를 캘 때 곁에서 거들어 주는 시늉이라도 했었다.
작년에도 고구마 순을 걷어내는 일을 돕기도 했고
고구마 캐는 기구로 밭을 뒤짚어서 고구마에 상처를 입히면서
몇 개를 캐보기도 했었다.
금년에는 내가 월요일부터 일본여행이 시작되기에
준비도 해야 할 겸 몸에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밭에 가지도 않았다.
광래와 운기는 자기 두렁 몫을 다 캐어 갔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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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미사를 하러 성당에 갔었다.
시계를 잘 못 봐가지고 성당에 가서 보니 9시 10분 밖에 되지 않아서
시간을 30분 이상 일찍와 버렸다.
다시 아파트로 가서 나무 밑을 걷다가 성당으로 오려고
성당 뒷 문으로 나가는데 정연희 마리아가 성당에 오다가 나와 마주쳤다.
"회장님~! 왜 성당에서 나오셔요?"
"아 너무 빨리왔구먼, 그래서..."
"선생님 아파트에 친구분들 와서 모여 계시던데요?"
"아! 그래 오늘 고구마 캐러 가자고 했는데 나는 일도 잘 못하고 해서 안가려고..."
"친구분이 농사지으셔요?"
"키 작으신 친구분도 계시고요 그 분이 농사를 지으셔요?"
정연희 마리아가 '이광래'친구와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기에 내가 소개해서
알게 되었다.
"마리아! 고구마 좋아 해?"
"그럼요~~!!!"
"아 그래?"
거기까지 얘기하고 나는 다시 성당으로 되돌아 와서 미사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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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 경
아내의 전화 벨이 울렸다.
내 전화를 성당에 가느라고 진동으로 해 놓고 미사가 끝난 후에도 그대로 두었더니
길주의 전화가 아내에게로 왔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그러하니 시장 수래 가지고 아파트 밑으로 지금 나오라는 것이었다.
고구마를 캐왔으니 받으라는 거였다.
나와 아내는 수레를 가지고 내려 갔다.
길주가 마대 자루에 고구마를 담아서 가지고 왔다.
아내는 고맙다고 말하고 받았다.
"고구마 줄기와 잎자루 순 필요하면 저기 많이 있으니 가져 가세요"
아내는 고구마 순을 좋아한다.
아내가 기뻐하며 "주세요"하고 따라 갔다.
마대 푸대에 고구마 줄기를 가득 담아서 고구마와 함께 들고 집으로 왔다.
한시간도 넘게 일을 하여 고구마 잎을 따내고 잎자루를 다듬었다.
예쁜 고구마로 골라서 열 개 쯤을 봉투에 담아서 정연희 집 대문앞에 놓고
전화를 해서 알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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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정말 좋은 것이다.
길주가 얼마나 고마운 친구인가
캐러 가지도 않은 나에게 자기가 캐어서
상처 없이 곱게 캐진 고구마를 골라서 한 부대
가져 온 것이다.
친구의 정.....그 정이 가득 담긴 고구마이기에
그 고구마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고구마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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