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아내와 함께 시내버스 970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전북 예술회관 옆길로 걸어 오르다
모악산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 대원사에 들려서
약수 한 바가지를 퍼서 마시며 잠시 바위에 앉아서 쉰다.
다시 힘을 내어
수황사까지 천천히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수황사 대웅전 마루에 앉아 쉬었다가
모악산 정상에 홀로 올라와 있다.
산 정상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전파 송신소의 울타리 안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의 바위위에 서서 구이 저수지를 바라본다.
석양의 마지막 여명이 남아서 서쪽 산 등성이 위의 하늘은 아직 밝다.
내 목소리가 젊었을 때 처럼 맑아졌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바리톤 음색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산길을 간다. 말없이
홀로 산길을 간-다
ㅎㅐ는- 져서 새소리
새-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없이
밤에 홀로 산길을
홀로 산 길을 간-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둥근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네
내 동무 어디두고
나홀로 앉아서
이 일 저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산들바람이-----산들 분--다.-
달밝은 가을 밤에 달밝은 가을 밤에 산----들 바람 부--ㄴ 다-----
아!~~ 아~아~ 너도 가면
이~마음 어~~이 해------
노래를 부르고 나니 속이 뻥뚤리고 나의 몸은 구름조각처럼 가벼워진다.
벌써 단풍이 드는 나무가 많이 보인다.
길 가에 은행나무도 단풍이 들었더니
이곳 산정에는 많은 도토리나무 옻나무 철쭉나무.....나뭇잎들이 벌써 노란 기운을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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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천변을 걷다가
넓은 꽃 밭에 재래종 키큰 코스모스 군락지를 만났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곳을 잘 가꾸어 코스모스 군락지를 잘 조성했었는데
금년에는 누구의 손길도 닿질 않아서
키크게 자란 억새 풀 속에서 발돋움을 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몸짓을 하는
코스모스 몇몇그루들이 그래도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코스모스를 무척 좋아하는 아내가
자기를 넣어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아내 몸 상체와 코스모스 억새풀밭,
저 뒤에 황방산 줄기 해넘은 서쪽하늘이
어울리게 사진을 찍는데
천변 길에 검정마스크에 모자를 쓴 키가 큰 사나이가 걷다가 우리를 보고 뭐라고 말을 한다.
"*****사진을 찍고 그래요?"
얼른 돌아 보니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가 장상호 주임신부님이시다.
"안녕하세요...."우리는 인사를 드렸다.
신부님께서는 바쁘게 걸음을 걸어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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