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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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아! 가을인가?

정일웅 찻집 2024. 10. 16. 19:26

지금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아내와 함께 시내버스 970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전북 예술회관 옆길로 걸어 오르다

모악산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 대원사에 들려서

약수 한 바가지를 퍼서 마시며 잠시 바위에 앉아서 쉰다.

다시 힘을 내어

수황사까지 천천히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수황사 대웅전 마루에 앉아 쉬었다가

 

모악산 정상에 홀로 올라와 있다.

 

산 정상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전파 송신소의 울타리 안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의 바위위에 서서 구이 저수지를 바라본다.

석양의 마지막 여명이 남아서 서쪽 산 등성이 위의 하늘은 아직 밝다.

내 목소리가 젊었을 때 처럼 맑아졌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바리톤 음색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산길을 간다. 말없이

홀로 산길을 간-다

ㅎㅐ는- 져서 새소리

새-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없이 

밤에 홀로 산길을

홀로 산 길을 간-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둥근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네

내 동무 어디두고

나홀로 앉아서

이 일 저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산들바람이-----산들 분--다.-

달밝은 가을 밤에 달밝은 가을 밤에 산----들 바람 부--ㄴ 다-----

아!~~ 아~아~ 너도 가면

이~마음 어~~이 해------

 

노래를 부르고 나니 속이 뻥뚤리고 나의 몸은 구름조각처럼 가벼워진다.

 

벌써 단풍이 드는 나무가 많이 보인다.

길 가에 은행나무도 단풍이 들었더니

이곳 산정에는 많은 도토리나무 옻나무 철쭉나무.....나뭇잎들이 벌써 노란 기운을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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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천변을 걷다가 

넓은 꽃 밭에 재래종 키큰 코스모스 군락지를 만났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곳을 잘 가꾸어 코스모스 군락지를 잘 조성했었는데

금년에는 누구의 손길도 닿질 않아서

키크게 자란 억새 풀 속에서 발돋움을 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몸짓을 하는 

코스모스 몇몇그루들이 그래도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코스모스를 무척 좋아하는 아내가 

자기를 넣어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아내 몸 상체와 코스모스 억새풀밭,

저 뒤에 황방산 줄기 해넘은 서쪽하늘이

어울리게 사진을 찍는데

 

천변 길에 검정마스크에 모자를 쓴 키가 큰 사나이가 걷다가 우리를 보고 뭐라고 말을 한다.

 

"*****사진을 찍고 그래요?"

얼른 돌아 보니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가 장상호 주임신부님이시다.

 

"안녕하세요...."우리는 인사를 드렸다.

신부님께서는 바쁘게 걸음을 걸어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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