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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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帽子와 나

정일웅 찻집 2024. 10. 18. 21:04

나에게는 모자가 많이 있다.

모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모자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많이 있다.

외출 할 때

 

모자는 체온을 유지하고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주로 쓰는 것이다.

고대에는 신과 인간 사이에 주술적인 역할을 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기도 했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모자는 의복과 함께 오래 전부터 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되었으며

모자로 신분의 높낮이를 나타내기도 하고

모자로 신체를 보호하는 도구로 쓰는 것이었다.

군인들의 철모,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두상 보호를 위한 철 작업 모자.

학생의 신분을 나타내는 모자

등산을 위한 모자

여성들이 자기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용 모자

햇볕에 얼글이 그을리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의 모자...등등

 

신분과 계급을 나타내는 모자

임금님이 쓰는 면류관

양반들이 쓰던 갓,

모자에 대하여 이것 저것 더 많은 잔소리를 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늘 나의 모자가 나와 어떤 관계이며 

나에게 왜 많은 모자가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나는 일년 삼백육십오일 단 하루도 모자를 쓰지 않는 날이 없다.

계절과 상관없이 나에게는 모자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겨울에는 나의 두상이 차가우면 나는 금새 재채기를 연발하기에

따뜻한 모자를 반드시 써야 된다.

 

나에게 모자는 미용목적이 아니라 건강목적이다.

여름에는 햇빛 차단용 모자를 써야 한다.

나의 얼굴 피부는 멜라틴 성분이 많아서인가?...유식한 척 해 봤지만

사실 나는 멜라틴에 대하여 잘 모른다.

 

아무튼 햇볕을 차단하지 않으면 얼굴이 금새 까맣게 그을려져

남보기에 너무 창피해서 그렇다.

 

그런데 나의 두상은 너무나 크다.

시장에서 모자점을 지나칠 때는 얼른 눈에 띄는 모자 중에서 커 보이는 모자가 있으면

무조건 들려서 써 본다.

나의 두상에 맞는 모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두상의 앞 뒷꼭지가 남보다 훨씬 커서 모자가 XXL 나 XXXL, 정도가 되어야 맞게 된다.

그래서

시장이나 백화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실 옆에 모자를 파는 노점상이 있으면

지나다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다가 큰 모자가 눈에 띄기만 하면 

얼른 써 보고 맞다 하면 무조건 사고 본다.

 

이렇게 해서 나에게 모자가 많이 있는데

또 더 많아진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나의 처남 신부님 최용준 안토니오 신부님이 신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완전 대머리라서 전북의 신부님들은 최용준 신부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의 대머리는 신학교 입학 때부터 유명하다.

최용준 신학생이 입학을 하여 기숙사에 들어가는데

기숙사 관리인이 최용준 입학생을 저지 하며 하는 말이

"여기는 신학생들만 들어 가는 곳입니다. 학부모님은 못 들어가십니다!"

하더란다.

"저도 신학생 입학생인데요?"

"아!!! 그래요 나는 머리때문에...."하며 웃었다는 일화는 유명한 얘기이다.

 

최용준 신부님이 본당에 발령을 받고 나서 신자들이 신부님께 선물을 하는 것은

모자가 제일 많다.

최신부님은 두상도 나만큼 크고 대머리라서 모자를 쓰지 않으면 안 되기에

꼭 모자를 쓰고 나들이를 가신다.

 

미사를 드릴 때만 신부님의 대머리가 빛이 난다.

최용준 신부님이 미국의

뉴욕 시내을 흐르는 강에 있는 섬,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성당에서

신자들과 생활을  하실적에도 대머리가 유명하여 모두들 노인 신부님인줄 알았다 한다.

미국에서도 역시 많은 모자 선물이 들어왔다.

신부님께서도 역시 모자를 늘 쓰고 다니셨고.....

 

그러다가 

한국으로 귀환 발령을 받고 군산 월명동성당에서 가셨을 적에

아침저녁으로 달리기를 열심히 하고 운동을 하여 체중을 20Kg 이상 줄이고

완전히 딴 사람처럼 변신을 하고 말았다.

그러고서 가발을 맞춰서 쓰시니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젠 모자가 필요 없는 젊은 새 신부님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신부님이 그동안 쓰시던 모자를 

커다란 골판지 박스로 가득 두 상자를 가지고 나에게 주고 가셨다.

나는 졸지에 모자 부자가 되어 버렸다.

신부님께 선물한 모자들이라서 값싼 싸구려는 없었고 모두 젊잖고 멋있는 베레모가 주를 이루었다.

그 모자까지 합쳐 놓으니

내가 모자 부자가 되지 않고  어떻하겠는가?

 

박길주가 모자가 필요한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 모자를 점검 해 보았더니

작은 모자가 두 세개 나왔다.

길주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다.

작은 모자는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자는

본인의 취향에 맞아야 하는 것이기에

서너개 골라서 가져가 보아서

길주의 마음에 맞는 모자가 있으면 선물로 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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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시 미사가 끝나고....

주임신부님께 돌아오는 영명축일 축하 봉투를 작게 만들어서 드렸다.

신부님을 위한 祈禱도 적어서 함에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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