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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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명절은 세월의 흐름을 보여 주네

정일웅 찻집 2026. 2. 18. 19:17

너울성 파도가 쓰윽 밀려와 둑을 넘어 작은 앞마당에 넘실거리다가.

하룻밤 자고나니 스르르 물은 빠지고 또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일년에 잘 하면 세번...설날, 합동 생일날, 추석날,

 

올 때마다 아이들 크는 모습이 신통하더니

금년 설에는 귀엽던 손자, 손녀가 나보다 더 커버리고

 

아들, 며느리가 벌써 곱던 모습에서 점점 쇠어가는 것이 보인다.

 

나와 아내를 바라보던 손자 손녀들의 토끼같던 눈망울이

이젠 나보다 더 커져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새로운 지혜를 가르쳐 준다.

아들과 며느리들도 나와 아내를 노인 취급하며 뭔가를 가르치려 한다.

 

生老病死, 生者必滅, 會者定離,

 

우리 눈에 아들 며느리가 늙어가는 게 보이는데

아이들 눈에 나와 아내가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날이 보이지 않겠는가

 

애잔한 마음을 노래로 달래보세

 

         < 세월의 강  >

 

세월의 강을 흘러 지나

잠잠해진 고해의 바다

참회와 지혜의 배띄우고

마음 고요히 닻을 내리네

검은 머리 은빛 물들고

힘찬 걸음도 느려가네

멈추어 뒤돌아 보니

모두가 인연 이었구나

늙고 약해진 이내 몸

꽃잎처럼 흩어져도

마지막까지 기억할 것은

깨끗한 마음 고요한 숨결

손끝에 힘마져 약해지고

작은 창밖에 세상이

전부가 되는 날 오면

떠남을 두려워 말지니

 

 

나 지켜낸 마음 하나로

가족의 눈빛도 평화로이

서로의 이별이 술픔아닌

감사의 마음을 전하리

삶은 빌려입은 옷 한벌

때가 되면 돌려 주는 것

올 때도 빈 몸으로 왔으니

갈 때도 빈 몸으로 가야하리

저녁노을 스러지는 하늘에

달빛 고요히 나를 감싸네

늙어감도 가는것도

모두가 아름다운 순리이니

모두에게 감사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