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성 파도가 쓰윽 밀려와 둑을 넘어 작은 앞마당에 넘실거리다가.
하룻밤 자고나니 스르르 물은 빠지고 또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일년에 잘 하면 세번...설날, 합동 생일날, 추석날,
올 때마다 아이들 크는 모습이 신통하더니
금년 설에는 귀엽던 손자, 손녀가 나보다 더 커버리고
아들, 며느리가 벌써 곱던 모습에서 점점 쇠어가는 것이 보인다.
나와 아내를 바라보던 손자 손녀들의 토끼같던 눈망울이
이젠 나보다 더 커져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새로운 지혜를 가르쳐 준다.
아들과 며느리들도 나와 아내를 노인 취급하며 뭔가를 가르치려 한다.
生老病死, 生者必滅, 會者定離,
우리 눈에 아들 며느리가 늙어가는 게 보이는데
아이들 눈에 나와 아내가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날이 보이지 않겠는가
애잔한 마음을 노래로 달래보세
< 세월의 강 >
세월의 강을 흘러 지나
잠잠해진 고해의 바다
참회와 지혜의 배띄우고
마음 고요히 닻을 내리네
검은 머리 은빛 물들고
힘찬 걸음도 느려가네
멈추어 뒤돌아 보니
모두가 인연 이었구나
늙고 약해진 이내 몸
꽃잎처럼 흩어져도
마지막까지 기억할 것은
깨끗한 마음 고요한 숨결
손끝에 힘마져 약해지고
작은 창밖에 세상이
전부가 되는 날 오면
떠남을 두려워 말지니
나 지켜낸 마음 하나로
가족의 눈빛도 평화로이
서로의 이별이 술픔아닌
감사의 마음을 전하리
삶은 빌려입은 옷 한벌
때가 되면 돌려 주는 것
올 때도 빈 몸으로 왔으니
갈 때도 빈 몸으로 가야하리
저녁노을 스러지는 하늘에
달빛 고요히 나를 감싸네
늙어감도 가는것도
모두가 아름다운 순리이니
모두에게 감사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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