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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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영혼이 깨끗한 내 친구....................... "김경조 (루도비코)"

정일웅 찻집 2026. 2. 27. 18:32

사순절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10시 미사 전에 '십자가의 길'기도를 드리는 날이다.

집에서 9시 8분 쯤 대문을 나와 엘레베이터를 탔다.

바쁜 걸음으로 걸어서 성당에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십자가의 길 기도를 시작하려고 십자가를 든 사람과 양쪽 촛불을 든 세 사람이 

제대 앞에 서 있고 바로 주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사순절에 드리는 십자가의 길 기도는 다른 때의 기도보다 뭔가 다르게 

마음에 경건함과 주님의 수난에 대한 묵상이 가슴 깊이 떨림을 준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고

이어서 주임 신부님의 미사를 드리는데 주님의 최후의 만찬이 묵상되면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말씀을 하실 때에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슬프고 아프고 힘들었을까....생각이 깊어지며 전율이 느껴졌다.

 

평소에 미사를 드릴 때에는 이런 가슴 떨림이 없었는데

오늘 따라 주님의  수난 전 날의 마음이 자꾸만 그려졌다.

내일이면 너희들을 떠나 나는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주님의 마음은

주님의 마음을 조금도 모르는

철없는 제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큰 슬픔과 고통과 두려움에 힘드셨을까?

...............

..............

아내가 몸이 피곤하여 누어서 쉬고

나 홀로 걷기 운동에 나섰다.

마음이 쓸쓸해 진다.

숲정이 성지에 가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자...하고 구청을 지나 마이골 앞까지 왔다.

 

갑자기 친구 '경조' 생각이 났다.

경조와 같이 성지에 갔으면 좋겠구나 생각을 하고 

전화기를 눌렀다.

경조가 받았다. 성지에 가서 기도를 하러 가는데 같이 갈 까?

'루도비꼬 경조'가 좋아하며 그러자고 하였다.

경조의 깊은 신앙이 퇴색되지 않고 순진한 양 같은 마음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발걸음을 돌려 다시 아파트로 와서 110동 근처에서 만났다.

둘이서 성지를 찾아가는 마음이 기쁨에 젖어 온다.

순진하던 어린시절의 깨끗한 마음이 잠깐동안 나의 가슴에 

구름사이의 햇빛처럼 비추는 것을 느꼈다.

 

경조는 주님을 향한 깨끗한 믿음이 어렸을 적 그대로 남아서 퇴색되지 않고

반짝거리는 것 같아서 나에게 감동을 준다.

 

해병대에서 파병으로 월남에 가면서 성사를 보고싶어 졌는데

기차 안에서 신부님을 만나서 성사를 본 얘기를 들려 주었고

월남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성사가 보고 싶어서

한국의 주교님에게 편지를 보내서 '성사를 보는 방법'을 물었더니

주교님께서 월남 문자와 한글로 작성된 성찰의 글을 보내 주셔서

 

그 성찰 표에 숫자를 표시하여 성사를 본 얘기를 들려 주었다.

 

그의 순진하고 맑은 신앙의 깊이에 비하여

나의 오염되고 분심으로 엉망이 된 나의 신앙을 생각하니 내가 부끄러웠다.

둘이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고

걸어서 집으로 왔다.

 

착하고 좋은 친구를 생의 마지막 부분에서 만나게 되어

같이 레지오를 하게 된 것도 주님의 은총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