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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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처럼 쓴 이야기

약오른 날

정일웅 찻집 2007. 7. 23. 18:27

  나는 꽤나 바쁜 일로 돈 10만원을 찾아야 했다.
금방 나와야지 하며 길가에 주차를 시키고
얼른 은행에 들어왔다

재빠르게 번호표를 뽑았다.

대기인수 11명 번호표는 109번이다.
.......맘은 바쁜데 창구 셋이 모두 작업중이다.

일각이 여삼추- .


3번 창구에서 '띵똥-'100번 불이 써진다.
'띵똥-'3번 창구에서 101번 불이 써진다.
............

바쁜맘 초조해서 견딜 수 없다.
창구 여직원들에게 무슨 전화가 저리도 많이 오는가...

띵똥- 소리가 들릴때마다 콩콩 가슴이 뛴다.

1번 창구에 드디어 106번 불이 써진다.

106번 손님은 공과금 통지서 한 주먹을 들고서
오랜 시간이 걸리려나보다.

2번 창구는 전화 받느라 89번 번호이후 변동이 없다.

3번 창구는 서류를 들고 자리를 비운 채 이리 저리 돌아다닌다.

드디어 1번 창구에 처리가 끝난 듯

'띵똥-'107번.. 아무도 안나타난다. 바로이어
'띵똥-'108번.. 또 기척이 없다. 바로이어
'띵똥-'109번... "여기요!" 손을 들고
황급히 창구로 달려갔다.

내 뒤를 노인 한 사람이 따라오며
"여기 107번있어요! 하고 소리지른다."
바로이어 아가씨 같은 젊은 여인이
"전 108번인데요!"

창구 아가씨가 신경질 투의 말을 뱉는다.
"아까 왜 안오시고 이제 오세요!"
"걸어 오는디 번호가 배끼능만!"
"기다리세요 차례대로 해야지요" 냉정하게 내뱉는 말

나는 할 수 없이 양보해야만 했다.

순간 2번 창구에서 '띵똥-'110번 불이 켜졌다.

3번 창구에서도 '띵똥-' 111번 불이 켜졌다.

2번창구에서 또다시 '띵똥-'112번 불이 켜졌다.

'띵똥-' 3번 창구에 113번 불이 켜졌다.

1번 창구에서는 서류를 훑어보느라 시간이 지체된다.

2번 창구에서 '띵똥-' 114번 불이 켜졌다.

'띵똥-'3번 창구에 115번 불이 켜진다.

1번 창구에서 겨우 107번 손님을 보내고
108변 손님을 맞는다.

순간 나의 울화통이 치민다.

"이게 뭐야! 저쪽에선 115번이 처리 중인데 109번은 뭐야!"
나도 모르게 소리가 튀어나왔다.

아가씨의 경멸에 찬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곤 4번 창구를 향하여 소리지른다.
"언니! 이 손님 좀 봐 드려!"
"안돼! 여기 손님 있어!"

2번 창구에서 116번 불이 켜진다.

3변 창구에 117번 불이 켜진다.
.................

2번 창구에 118번 불이 켜 질 때
내 앞에 손님 108번이 떠난다.

창구 아가씨는 아무 말 없이 서류 쟁반을 내게 내민다.

"화내서 미안해! 아가씨".....

대꾸도 없이 쟁반의 통장을 받아 처리하기 시작한다.
10초도 안 걸려 10만원과 통장이 내 손에 건내 진다.

아가씨에게 뱉아 놓은 나의 말이 자꾸만 날 부끄럽게 만든다.
매우 껄쩍지근한 맘으로 농협 문을 나왔다.

'안녕히 가세요'란 말도 하지 않는다. 무척 화가난 모양이다.

길가에 세워둔 자동차에

'주차위반 과태료 부과 차량' 딱지가 윈도우 브러시 아래 끼워져

팔랑팔랑 나를 약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