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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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흉내 내기

이해인수녀님의 시

정일웅 찻집 2010. 5. 7. 13:43

5월 -  이해인


찔레꽃 아카시아꽃 탱자꽃 안개꽃이
모두 흰빛으로 향기로운 5월,

푸른 숲의 뻐꾹새 소리가 시혼을
흔들어 깨우는 5월

나는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신록의 숲으로 들어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만나고 싶다

살아서 누릴 수 있는 생명의 축제를
우선은 나 홀로 지낸 다음
사랑하는 이웃을 그 자리에 초대하고 싶다

 
 
 
 
5월의 시 -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抒情詩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散文的인 日常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湖水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不信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至高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 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 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視力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5월의 편지 -  이해인

해 아래 눈부신 5월의 나무들 처럼
오늘도 키가 크고 마음이 크는 푸른 아이들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 부터
우리 마음 밭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환히 웃어 주는 내일의 푸른 시인들아

너희가 기쁠 때엔 우리도 기쁘고
너희가 슬플 때엔 우리도 슬프단다.

너희가 꿈을 꿀 땐 우리도 꿈을 꾸고
너희가 방황할 땐 우리도 길을 잃는단다.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 꿋꿋하게 일어서 다오!

어리지만 든든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다오!
한 번뿐인 삶 한 번뿐인 젊음을 열심히 뛰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하늘빛 창을 달자.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에도
더 깊게, 더 푸르게 5월의 풀물이 드는 거

너희는 알고 있니?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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