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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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10시 미사에서 만난 박희옥 쌤 언니표, 고추장

정일웅 찻집 2023. 2. 10. 20:46

금요일 10시 미사에 참례하기 위하여 9시 40분에 성당에 들어가 내가 잘 앉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장상호 주임신부님께서 검정 수단을 입으시고 성당안에서 천천이 걸어다니시며

신자들의 모습을 보고 계셨다.

장 상호 신부님은 신자들의 이름과 소속 단체까지 언제 파악하셨는지 다 알고 계신다.

신부님은 천재이시다.

강론을 원고도 없이 잘도 하신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실 적에는 무슨 복음 몇 장 몇 절까지 다 암기하고 계시고

세계사, 유명 문학작품, 유명 시인의 시, 유명 연예인들의 살아온 이야기....등등 

 

나는 미사 시작 전에 오늘의 독서와 복음 내용을 미리 읽어보며 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언제 왔는지 신부님께서 나의 어깨에 두 손을 얹으시고

"그 동안 고생이 많으셨지요? 이제는 다 낳으셨겠네요!" ....조용하고 다정하게 나의 귀 가까이에서 

말씀을 하셨다.

고마운 마음, 나의 아픔을 기억해주시는 자상한 마음이 나의 가슴에 전하여져서 정말 고마웠다.

나는 미소로 답하고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해 드렸다.

 

아내가 미사 시작 5분 전에 와서 나의 옆에 앉았다.

내 바로 뒷 의자에는 '박 희옥'선생님이 앉아 있었다.

박희옥 선생님....나와 임실 초등학교에서  같이 근무했고 임실 성당에 다니던 오랜 친구같은 여선생님이다.

나와 아내가 결혼 할 때 신부측 증인을 했던 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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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서 아내와 장기 두 판을 두고나서 천 변 걷기를 하고 오는 길에

터미널 옆 '빠리 바게트'에서 단팥빵과 마늘 빵, 크림빵, 등을 이만원 어치 사 들고 집에 왔다.

실내 운동을 그동안 쉬었었기에 운동량을 삼분의 일로 줄여서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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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이 '띵강~~'하고 울렸다.

아내가 나가더니 누구인지 방문한 사람과 반갑게 말을 주고 받더니 고추장 한 단지를 들고서 들어왔다.

"누구야?"

"응! 박희옥 샘의 언니가 진안에서 고추 농사지어서 만든 고추장....언니가 팔 수가 없어서 박샘한테 부탁했나봐 내가 한 단지  샀지...."

"어디 맛 좀 보고......"

아내는 고추장 단지를 가져와서 뚜껑을 열고 보여 주었다.

맛 좋은 향기가 나의 후각을 즐겁게 했다.

순창에서 사다가 먹는 '문옥례' 고추장보다 더 향기가 좋았다.

단지 뚜껑에 있는 고추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다.

 

맛과 향이 나의 마음에 너무나 쏘옥 들었다.

"이 고추장 더 살 수 있는가 박쌤에게 전화 한 번 해 봐...."

아내는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게 기분이 좋은지 바로 전화를 하였다.

두 단지가 남았단다.

"그거 당장 당신이 가서 다 사와!"

내가 무척 좋아하는 것을 본 아내는 기분이 좋아서

전화를 바로 하였다.

"남편이 너무 맛있다고 그 두 단지를 당장 사오래요.....내가 가질러 갈게요"

"내가 끌게로 싣고 갈팅게 나오지 말고 집에 있어 무거워서 혼자 두 단지는 못 들어...."

 

아내는 한 단지에 삼만원 한다는 것을 두 단지 값으로 봉투에 10만원을 넣어서 입구를 풀로 봉한 후에

들고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갔다.

XXX 매실 고추장은 1Kg에 삼만원 정도를 받는데 이건 한 단지가 3Kg이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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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고추장 두 단지를 안고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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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밥에 콩 넣지 말고 흰 쌀밥으로 해 줘......고추장에 비벼 먹고 싶어"

"그럽시다. 고추장만 비벼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겠네...." 아내는 밥을 짓고 나물 국을 끓였다.

"고추장에 흰 쌀밥 비벼서 나물 국에 말아 먹으면 최고지"

밥을 짓고 국을 끓이며 하는 아내의 말 소리가 행복에 겨운 소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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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어떤 진수성찬보다 최고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였다.

 

금년엔 고추장은 걱정 안해도 되겠다.

더구나 얼마나 맛있는 고추장인지.......

얼큰,  달콤, 매콤, 새콤,.....고추장의 그 오묘한 맛과 향은

한국말이지만 내 표현력으로는 쉽게 그려 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