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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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좁아진 나의 행동 반경

정일웅 찻집 2023. 7. 13. 22:13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시원할 줄 알았는데

창문을 열면 열과 습기를 가득 지닌 공기가 밀려 온다.

 

종일 집에 있었다.

나에게 걸려오는 전화 한 통이 없다.

하는 일이라고는 아내와 장기를 두는 일 밖에 없다.

 

오후 4시경에 우산과 물을 챙겨서 조끼 포켓에 넣고 천변 걷기를 나왔다.

김남 여사를 만나고 김창현 바오로도 만났다.

건산천은 예전 그대로 물이 쫄쫄 흐르고

전주천도 물이 줄어 징검다리가 다 들어나 있다.

 

부부끼리 걷는 모습을 보기가 힘든다.

간혹 젊은 부부가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모습이 눈에 띄지만

우리처럼 나이 많은 부부는 보기 힘든다.

 

걷는 길에서 만나는 성당 신자들도 거의 독신이 된 노인들이다.

 

아내는 나와 함께 걷기가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나의 보조를 잘 맞추려고 천천이 걷는다.

오늘처럼 한가한 시간에는 내가 냇가의 오리나 길가의 들꽃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시간을 들여도

신경질 내지 않고 잘 기다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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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천에는 요즘에 왜가리는 잘 보이지 않고 물오리들이 많이 찾아온다.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지 바위 위에 앉아서 졸고 있다.

 

 

오리의 모습이 물에 비치니 사진이 돋보인다.

여기는 건산천

 

 

어렸을 적 냇가로 산으로 뛰어다니다 보면 종아리에 한삼덩굴에 씻겨

긴줄기로 핏방울이 맺혀 있는 일이 많았다.

아이들이 미워하는 덩굴이다.....한삼덩굴이 정력에 좋다고 하면 씨가 마를 건데....한삼덩굴은 밉다. 싫다.

칡넝쿨과 서로 싸우면 한삼덩굴이 칡넝쿨을 이기지 못한다.

칡은 한국 토종이고 한삼덩굴은 외래종이란다.

역시 한국산이 더 강하다.

개망초와 기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누가 심지 않았어도 아무도 가꾸지 않았어도 둘 사이는 서로 친하게 잘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