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음력 정월 초하루....즐거워야 할 명절 설날이다.
까치까치 설날- 은 어저께 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오늘이 설날이면 오늘은 즐거워야 할 날이다.
나 어렸을 적 불렀던 동요가 생각이 난다.
나의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은
그제 와서 어제까지 먹고 마시고 놀고 세배하고 돈 타가지고 모두 돌아갔다.
아이들이 내려오던 날 살살 내리던 눈이
아이들이 돌아가고 난 후
어제 밤에 몽땅내려서 설날인 오늘은 정말 무서운 눈길이 되어 버렸다.
성당에서 미사가 있지만
아파트 1층까지 내려가서 바로 문 밖의 길까지도 가지 못 할 정도로
내린 눈이 쌓이고 얼어붙어서 성당에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 버린 방은
갑자기 쓸쓸해지고 적막 강산이 돼 버렸다.
혹시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을까? 보려고
오후 3시 경에 햇빛이 찬란하기에 잠깐 나가 봤더니
현관 앞의 길까지도 내려 가지 못 할 만큼 찬바람과 미끄러운 얼음 길이
한 걸음도 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집안에서 한 시간을 걸었다.
7000보 정도가 됐다.
오늘 운동은 이것으로 만족한다.
젊었던 시절....이런 날은 동네 어느 작은 술집에서
친한 친구와 둘이서 삼겹살 구어서
쐬주 한잔씩 마시면서 노닥거리면 마치 좋았을 날씨다.
늙으니까 이렇게 쓸쓸한 명절 뒤끝에 불러서 회포를 풀 친구도 없다.
아내도
자식들 있을 적엔 몸이 아파도 잘도 참고 웃어주고 하더니
자식들 떠난 후에
몸져 눕고 싶은 모양이다.
저녁밥이 솥에 아무것도 없어서 쌀밥을 지을까 생각했는데
식탁에 辛라면 (컵라면)을 한 개 씩 올려 놓았다.
나에게 물을 끓이란다.
설날 저녁 식사를 컵라면으로 때울 작정인가 보다.
볼멘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나의 표정을 , 나의 마음을 , 살필 아내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다.
갑자기 슬퍼진다.
늙은 부모는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은 존재인가.
아내는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다.
오늘이 설날이 아니었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을
내가 옹졸한 놈이 돼버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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