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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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겨울의 시

정일웅 찻집 2025. 1. 30. 20:06

그 겨울의 시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 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어름이 어는데

할머니 이불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 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겨울잠을 깨우는 봄

                                    이해인

 

아무리 고단하고 힘들어도

잠시 쉬고 나면

새 힘을 얻는 것처럼

겨울 뒤에 오는 봄은

깨어남, 일어섬, 움직임의 계절

잠에서 깨어나세요

일어나 움직이세요

봄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소녀처럼

살짝 다가와

겨울잠 속에 안주하려는

나를 흔들어댄다.

아무리 고단하고 힘들어도

잠시 쉬고 나면

새 힘을 얻는 것처럼

 

눈의 추억

 

눈이 오면 나는

비료부대를 들고 

오목대 언덕길로 달려가야 한다.

오목대에서 자만동까지 눈 쌓인 언덕위에

비료부대를  엉덩이에 깔고 앉아

부대 앞 두 귀를 손으로 잡고

앞발을 눈에서 살짝 떼면

주루룩 주루룩 미끌어져 내려갈 때

비행기를 타고 가는 기분이 된다.

언덕 밑 길가에 부딫치면 다시 오목대로 올라간다.

나 혼자였을 적에는 혼자여서 좋았고

금새 친구들이 모여들어 비료부대 썰매 부대가 만들어 진다.

길을 걷는 어른들은

"야 이놈들아 미끄러서 못가겄다"

그런 어른들을 약올리는 것도 더 재미가 있어서

오목대 오름길은 반들반들 광이 난다.

엉덩이는 축축해지고

손등은 벌겋게 시려서 부어 올라도

추운줄을 몰랐었다.

 

나도 어렸을 때가 있었다.

 

풍남여중에서 근무하던 시절

내가 친목회 간사를 하던 때

직원 겨울 여행을 제주도에 갔었지

마침 눈이 내려

우리까지만 올라가고

등산객 차단을 했던 그 날

눈이 무릎까지 빠지게 온 날

산을 잘 못 오르는

최병혁을 데리고 올라가다가

병혁이가 포기하고 내려간다고 하기에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병혁이를 맡기고

나 혼자 올라가는 외톨이가 되어

백록담까지 걸으면서

내복에 젖은 땀을 

눈 밭에서 웃통을 홀딱 벗고 

내복을 벗어서 빨레짜듯 땀을 짜서 다시 입고 

올라갔었다.

내 몸에서 김이 풍풍 솟아 하늘에 흩어지고 있었지

그때 시원하던 그 황홀감

 

한라산 정상에 혼자서 올라

학교의 직원들을 만났을 때

모두 나에게 깜짝 놀라며

반기던 일이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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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집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서 한시간 동안 거실에서 주방을 돌아 이방 저방을 돌아다니며

운동을 했다.

6100보

 

내일은 치과에 가서 치료를 하고 임플란트 기초 공사를 해야 한다.

심장약 중에서 '클로그렐'을 빼고 먹은게 내일까지 나흘 .....

이제 이를 뽑아도 쉽게 지혈이 될 것이다.

12년 전에 예수병원에서 젊은 여의사 '소??'씨가 해 준 이빨인데 많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