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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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누구나 꿈꾸던 '전원 주택'

정일웅 찻집 2025. 11. 9. 19:54

끊임없이 내달리는 버스 소리 트럭소리

매연을 내뿜는 끊임없는 자동차의 행렬에서

뚝 떨어져 멀리 들어온

조용한 산밑 동네

 

푸른 산 소나무, 편백, 단풍, 갈참나무, 산벚꽃, 자귀나무,  자작나무

산 밑에 산책로

길가에 핀 철쭉꽃, 코스모스, 

계곡에서 흘러온 산 밑

작은 또랑엔 가제가 살고 

300평 마당 푸른 잔디가 곱고

마당 한쪽 100평에 채소 밭 만들고

금계국 노랑꽃이 환상의 대궐을 이룬 곳

 

빨간 벽돌 쌓아서 궁전처럼 지어 놓은 2층 양옥집

넓은 유리창, 예쁜 커튼이 공주님 사는 방

산데리아 꽃등에 불을 켜면

여기가 바로 천당인 것을

마당 둘레 환하게 밝히는 실외등 

등불 켜진 넓은 마당 금잔디

녹색 양탄자를 펼쳐놓은 꿈의 낙원

벽난로 장작에 불을 지피면

찻 주전자의 물이 끓고

흔들의자에 등 기대고 시집을 읽는 젊은 여인

아~~~~

꿈이여~~~~~

단풍 곱던 늦가을에 이사와서

겨울을 보내고

아름다운 봄을 맞은

전원주택 마을에

.............

................

봄이 가고 태양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간 밤에 누가 심었나

풍년초, 한삼덩굴,민들래,칡넝쿨

뽑아도

뽑아도 또 뽑아내어도

잔디 사이에, 블럭으로 포장한 길, 블럭의 이음새에

작은 풀들이 싹트고 있다.

하루 이틀 시내에서 일을 보고 돌아 오니

마당은 온통 잡풀들이 덮고 있다.

한여름이 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풀을 뽑기 시작해서 

밥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뽑아도 뽑아도 지나가면 뒤에선 또 풀이 자란다.

곱고 곱던 잔디 사이사이에 풍년초 억새풀, 삐비, 질경이, 한삼덩굴.....

한 여름내 풀과 싸웠어도 아직도 뜨거운 태양은 지칠 줄을 모른다.

밤에 켜놓은 가로등에 하루살이 날타리가 왕왕거리며 빙빙돈다.

어디서 살다 왔나

귀뚜라미들이 집 마루 앞까지 몰려든다.

천국이었던 

나의 환상이 완전히 부서지고

전원주택의 환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방문 유리창틀 위에 달라 붙은 저 날타리들은 어디서 왔을까?

지옥의 사신인가

신의  저주인가.

 

나의 다정한 친구가

전원주택이 그리워 그리워

애타게도 살고파서

몇년만에 드디어 돈 털어서 마련한 전원주택

거기에서 살면서

힘들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적어 보았다.

 

몇년 살더니 이제는 풀과 전쟁에서 이기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귀뚜라미 날타리도 협동으로 소독하여 이겨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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