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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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궂은 비 오는 겨울의 사군자 모임

정일웅 찻집 2025. 12. 13. 20:05

겨울에 비가 내리면

그 비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오골계 사군자의 모임이 있어서

평화동 코오롱 아파트 앞 뱅뱅 골목 안의 <장수 보양탕>에서 모인다.

 

비가 내리려고 하늘이 어둡고 차가운 겨울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평화동까지 시내버스로  가려고 한국은행 앞에서 970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17분 후에야 온다는데 내 시계는 11시 50분....

약속시간은 12시 30분.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시간은 빨리 가고 있는데 

버스가 온다는 시간은 더디게 가고 있다.

 

약속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는 나의 조급증은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변하여 

처음 여기에 와서 버스 시간이 17분 남았음을 알았으면

그 때 바로

택시를 타고 갔어야 하는 것을 왜 그러지 못하였는가 후회가 된다.

 

드디어 버스가 왔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탔을까?

60년대 시내버스 생각이 났다.

 

팔달로는 차선 한개를 막고

노면 공사를 하고 있었다.

버스는 빨리 달리지 못한다.

.................

늦어도  큰 일은 없지만 

내가 늦어 본 일이 없었음으로 내 스스로 조급증을 더하는 것이다.

시내버스 한 정거장이 길게 느껴지고

버스가 빨리 달리지 못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

버스에서 내려 부지런히 걸어서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10분 늦었다.

세명 아우들은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다.

 

조금증을 떨고 애태운 것은 나 혼자 뿐이었다.

 

큰 토종닭을 요리하여 부드럽고 먹기 좋게 익혀 주었다.

즐겁게 먹고 막걸리와 닭죽도 만들어 먹었다.

 

'빽다방'에서 이름도 이상한 것을 아우들이 시켰는데 

나온 것은 아이스크림 한 사발이 나왔다.

이빨이 시릴정도로 많은 양을 다 먹고

 

평화동 시네마 영화관에 들려서

1층 상영관에서 한국영화를 한단다.

우리는 화장실에 들려서 극장으로 들어갔다.

 

'윗층집 사람(?) '인가 ....하는 한국 영화다.

밤마다 색스하는 윗층 부부, 여성의 감창소리가 너무 커서 

아래층 부부가 잠을 이루지 못 한다.

마음속에 할 말은 못하고 속으로   불만을 품고 있던 중

갑자기 윗층 부부가 방문을 한다는 연락을 받고

아래층 여자는 반가워 하고 남편은

방문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쳐들어 온  윗층 부부의 넋살좋고 청산유수로 말을 하는 두 부부

이에 죽이 척척 맞게 응답하는 아래층 여자......

쌕스이야기로 계속 발전되어 간다.

 

윗층 부부의 최면술적인 말에 아래층 여자는 

변태적 제안을 받아 황당하다가....

계속되는 최면술적 말빨에

아래층 여자가 점점 세뇌되어 가고

스와핑 색스,

집단 색스를 권하는 웃층 부부의 설득에 넘어가기 직전까지

 과정을 영화로 만든.....

그야말로 제작비 최하로 들인 코미디 같은 영화를 보고 웃었다.

잠자는 영화는 아니었다.

 

극장을 나오려는데 밖에 비는 아직 개이지 않았다.

 

갑자기 나의 손이 허전하다.

앗차 우산이 없다.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윤덕현이 극장안에서 맨 뒷좌석...내가 앉았던 곳에 가서 찾아 보았지만 없다.

 

영화과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 들렸던 적이 있었는데

윤덕현이 극장  관리인 인듯한 남자 직원에게

우산 신고 들어 온 것 있느냐고 물었다.

'신고 들어 온 것 없는데요'

 

윤덕현은 1층 화장실에 들렸다.

거기에서 비닐 봉지에 싸여 있는 내 우산을 들고 왔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착하다.

 

영화시작 전에 남자 화장실 소변기 위에다 올려 놓은 우산이

영화가 끝나고 그 시간까지 그대로 있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우리나라 사람 착한 사람.....이러하니

우리 대한 민국이 세계 1등 선진국으로 성장한 것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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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집에 오는 시간에도

비는 계속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