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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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떠나시는 장상호(시몬) 신부님..............유일환(요셉)신부님

정일웅 찻집 2026. 1. 18. 18:47

                            <장상호 시몬 신부님의 송별사>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시인의 <낙화> 시구절을 나지막이 읊조리며,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숲정이성당을 뒤로하고

이제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처음 부임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여러분과 마주했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계절이 여러 번 바뀌어 이별의 문턱에 섰습니다.

"떠남' 과 '비움' 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사제이지만,  정든 숲정이 가족분들과 헤어지려니 마음 한편에 깊은 아쉬움의 여운이 메아리칩니다.

어느덧 저도 인생의 예순다섯 고개를 들어서고 있습니다. 사제로 살아가며 하느님 품으로 떠나 보낸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늘 제 가슴 한편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숲정이 성당은 단순한 사목지 그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부모님을 향한 못다한 사랑은 저를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어르신들께로 이끌었고,

매년 5월초 연두색 잎들이 돋아 날 때면 정성껏 준비했던 '어르신 효도잔치'는

사실 여러분을 위한 선물이기 이전에

이제는 곁에 계시지 않는 부모님을 향한 제 서툰 사랑의 고백이었고,

저 자신을 위한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우리 본당에서는 참으로 크고 작은 행사들이 많았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은총 속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저 혼자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사목회장님을 비롯한 사목위원들, 각 단체장님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려주신 모든 단체 회원들과

신자 여러분의 헌신적인 협조와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러분이 보여주신 그 뜨거운 열정과 책임감이

우리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묶어 주었으며

사목자로서 저에게는 힘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잠시 사목현장을 떠나

안식년이라는 '영적쉼표' 를 찍으려 합니다.

 

이순(耳順)의 나이를 지나며, 하느님의 목소리와 세상의 소리를 더 맑게 듣기 위해

저 자신을 다시 채우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비록 몸은 잠시 떨어져 있겠지만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셨듯

"그러므로 여러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격려를 받고 사랑에 찬 위로를 받으며

성령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애정과 동정을 나눈다면,

뜻을 같이하고 같은 사랑을 지니고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이루어,

나의 기쁨을 완전하게 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안에 간직하십시오. "(필립비 2,1-5)

 

숲정이 공동체가 하느님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빚어지기를

멀리서도 쉬지 않고 기도하겠습니다.

다채로운 색이 모여 하나의 성화를 만들듯,

숲정이 공동체라는 틀 안에서 우리가 하나되어

하느님의 사랑을 노래했던 시간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떠나는 저의 뒷모습이 부끄럽지 않도록,

안식년 동안 더 맑고 깊어진 영성을 닦아 다시 뵙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정마다 주님의 추복과 평화가 늘 가득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여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2026.1월 숲정이 성당을 사랑하는 장상호 시몬 신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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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환 요셉 신부님의 송별사>        

 

사랑하는 숲정이 공동체 형제, 자매 여러분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 마음은 여전히 이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떠난다는 말이 이렇게 무겁고, 

인사라는 말이 이렇게 어려운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숲정이는 저에게 단순한 사목자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저를 다시 빚어 가신 은총의 자리였습니다.

돌이겨보면, 제가 공동체를 위해 한 일보다

여러분께서 저를 위해 해 주신 것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말없이 기도로 함께해 주신 분들,

따뜻한 눈인사와 격려의 말로 힘을 주신 분들,

제 부족함까지도 넉넉히 품어 주신 모든 순간들이

제 사제 생활에 큰 도움이자 배움이 되었습니다.

 

기도 안에서 제 이름을 불러주셔서,

말없이 미사 자리를 지켜 주셔서,

힘들어 보일 때 건넨 위로의 말들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사목한다'기보다,

함께 신앙 안에서 자라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늘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제의 자리에 섰지만,

거울을 보니 부족하고 엉터리인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너무나 미흡하고, 완전하지 못한 사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늘 존중해 주시고 기다려 주셨고,

책망하기보다 기도로 품어 주셨습니다.

그 침묵의 사랑, 보이지 않는 배려 속에서

저는 '교회란 무엇인가'를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숲정이는 저에게 살아 있는 교회였습니다.

혹시 제가 미쳐 다 전하지 못한 감사가 있다면,

혹은 제 말과 행동으로 마음이 아팠던 순간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조심스레 용서를 청합니다.

 

그 모든 순간마저도

하느님께서 저를 더 깊은 사제로 이끌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제 저는 다른 본당으로 파견되었지만,

숲정이에서의 시간은 제 사제 인생의 뿌리로 남을 것입니다.

 

제안에 새겨진 여러분의 얼굴과 기도는

앞으로 제가 어떤 자리에 서든, 어떤 선택을 하든

늘 저를 바른길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을 떠나지만, 하느님 안에서 결코 멀어지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소통의 통로, 예수님 안에서 만나면 좋겠습니다.

미사 때마다 제 삶의 고비마다 숲정이를 기억하며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이 공동체를 굳건히 지켜 주시고,

각 가정에 위로와 희망을 가득 채워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사랑, 저를 위해 해주신 기도,

저를 사제로 만들기 위해, 아니 참된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의 서품 성구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1요한 4.19)

이 말씀에 따라 살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그리고 제 사제 여정의 한 페이지를

이렇게 따뜻하고 다채로운 그림으로 채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러분들 덕분에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고,

미약하게나마 예수님을 닮아갈 수 있었습니다.사랑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제로 살아갈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인생의 소중한 한 시간을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느님 안에서 다시 만날 그날을 바라보며,

     

  - 숲정이 본당을 사랑하는 유일환 요셉 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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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에서 두 분 신부님의 송별연회가 있었다.

방과 홀의 모든 테이블이 꽈 차서 다른 외부의 손님을 한 사람도 받을 수 없었다.

모두가 섭섭한 마음을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진정한 惜別의 자리였다.

두 신부님에 대한 우리 신자들의 마음, 존경과 사랑의 마음은 한결 같았다.

정말 큰 사랑으로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는 숲정이 성당의 분위기였다.

신자들은 신부님 두분을 진정으로 존경하고 따랐으며

두 분 신부님께서는 우리 신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배려하여 주셨다.

 

강론 시간에 주임신부님의

페루 생활의 전모를 촬영하여 방송하였던

동영상(KBS방송국에서 취재하여 직접 찍었던 영상)

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원주민들과 한 가족이 되어

그들과 똑 같은 작업복을 입으시고

흙먼지 뒤집이 쓰시며 주민들과 똑 같은 복장으로

그들과 똑같이 고된 일을 하시며 애 쓰시는 모습

 

페루인들과 스페인어로 조금도 막힘없이

주고 받으시는 대화 모습

스페인 어로 하시는 유창한 강론 모습..........감동적이었다.

장상호 신부님....정말 천재이심이 드러나는 영상이었다.

 

오늘은 천변걷기를 하고 나니 9Km가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