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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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느림과 행복

정일웅 찻집 2011. 4. 2. 21:48

규칙적으로 해야 할 일에 길들여진 생활 60평생......

욕망과 열망을 포기하는 것 또한 일상이 되어버린 생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본성이 있기에 누구나 다 행복하다'고 했다.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거기에 만족과 행복을 찾으려 한다.

그리곤 곧

모든 어려운 조건들을 행복의 조건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서 벗어나고 싶을

저 마음 심층의 갈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게 인간이다.

 

직장생활에서 정년 퇴직을 하고

나를 속박하던 모든 규제와 의무와 권리행사와 책임에서 영원히 멀어졌다.

 

또하나

 

집을 이사하여

성당을 옮겼기에

성가대 지휘, 미사시간  엄수, 성가연습시간, 레지오마리에회합  남성공동체회합, 요한회, 반모임, 성직자 송별회 및 환영회 각종 연중행사, 기타등등 기타등등

교회의 모든 직책으로부터 해방되고

자녀들이 모두 자기 생활터를 마련하여 떠난 후

나와 나의 아내 둘이 남았다.

 

둘 다 아직 건강하고

먹고 사는데 지장없이 연금이 이어진다.

그래서

그냥 살아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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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장 느끼는 자유로움에서 얻어지는 감정의 변화를 아무렇게나 적어 본다면 다음과 같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유를 누리는 상태에서

느릿느릿 살아가는 내가 너무나 좋다.

 

버리고

비우고

 

더이상

바라지 않아도 되는 나의 이 고요함이 너무나 좋다.

 

사랑도

다 이루었고 더이상 바랄게 없고

자아의 실현도

나름대로 다 만족하고 더 이상 미련이 없다.

 

당장

내 몸에 아픈곳이 없고

내 주위에 아픈사람도 없고

 

당장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살고 있는 자식들이

나를 평화롭게 한다.

 

당장

해야하는 일이 없어서

내 마음은 구름처럼 자유롭고 가볍다.

 

그래서

나는

느림보가 되어서 너무나 좋다.

마음껒 느릿느릿 살아가리라 마음먹는다.

 

걷고 싶을때

마음껒 걸어

쉬고싶을 때까지 걸으며 생각하고 

 

나팔을 불고싶을 땐

호수에 나가

불기 싫을 때까지 불고

 

먹고 싶은게

생각나면

무조건 배부르게 먹어보고

 

가 보고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라도 가서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너무나 좋다.

 

느림의

그 평화와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나의

현재가

너무나 행복하다.

 

<다 버리고 다 비워서 텅 빈 마음으로

한없이 게으르게

느림의 맛을 느끼고

느림의 멋을 맛보고

느림의 행복  속에 푹 빠져서

느릿느릿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