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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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오늘은 김장 하는 날 2022.11.16. 수

정일웅 찻집 2022. 11. 16. 21:00

어제저녁 김장용 풀을 끓이느라고 나는 임 버터에 붙어 서서

죽이 바닥에 늘어 붙지 않도록 길다란 나무 주걱으로 죽이 다 끓을 때까지 젖는 일을 하느라고

양팔이 힘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아침 식사를 하자 마자 커다란 네모지기 플라스틱 김치 통에 가득히 담긴 양념감을 방앗간으로 가져가서 

빻아 오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철제 시장 장보기용 바퀴 끌개에 플라스틱 통을  고무줄로 단단히 묶고 이를 끌고 방앗간을 찾아갔다.

주인 아낙네가 "양념 갈러 오셨어요?"하고 기계에 스위치를 넣었다.

"작년 이맘때 오고 또 왔네요!"

아낙내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단단히 묶은 끌개의 고무줄 바를 힘들어 풀고 무거운 플라스틱 상자를 들어서 그 녀에게 건네주었다.

잠깐 사이에 양념 갈기가 끝났다.

"얼마 드릴 가요?"

"육천 원이요"

"만원 드릴게요 그래도 괜찮죠?" 그 녀는 별 인심 좋은 사람도 다 있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웃음으로 고마움을 표시해 주었다.

양념통을 수래에 올리고 단단히 고무바를 묶고서 집까지 끌고 왔다.

고무 바가 풀려서 플라스틱 통이 엎어지기라도 하면 만사가 헛되었기에 조심히 끌고 와야 한다.

 

어제 쑤어놓은 밀가루 풀이 담긴 커다란 죽 '대야'에 김치 소로 쓸 채소와 방앗간에서 받아온 양념 다진 양념을 털어 붓고 나면 거기에 

고춧가루, 액젓, 설탕, 조미료, 김치 소를 내가 천천히 붓고 있으면 아내가 "그만!"하고 명령을 한다.

나는 잘 훈련된 조수이고 아내는 훌륭한 요리사이다.

둘이서 김치를 담근 지 사십 년도 넘어서 이젠 나도 어느 정도 도가 튼 김장 조수이다.

둘이서 김치를 담그면 손발이 척척 맞는다.

"자! 이제 양념과 다진 양념이 잘 섞이도록 주걱으로 잘 버무리세요!"

70센티미터쯤 되는 기다란 나무 주걱으로 끈끈한 죽과 양념들을 휘저어서 섞는 일도 만만치 않은 노역이다.

 

아내는 거실 탁자를 앞에 놓고 낮은 의자에 앉아서 탁자 위에 김치 버무림용 나무틀 (1치 높이에 가로 석자 세로 두자로 작사 각형 나무 틀을 두터운 비닐로 덮어 큰 비닐 사각 쟁반처럼 만든 버무림 작업대*이것도 내가 만들어 준 것이다.)에 배추 열 쪽! 하고 명령하면 나는 물 빠진 절임 배추 열 쪽을 작업대 상단에 가즈런히 정열해 놓는다.

아내는 버무림 틀 왼편에 양념이 담긴 대형 스텐 양재기를 놓고 고무장갑을 끼고 내가 진열해 놓은 배추에 한 조각씩 배추의 잎 사이에 양념 소를 집어넣고 배추 잎마다 양념이 범벅되면 왼편 김치통에 사분의 일 포기의 배추김치를 차근차근 담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내가 부지런히 김치를 만드는 동안 나는 쉰다.

김치통 하나가 가득 차면 나는 얼른 김치통 뚜껑을 찾아서 덮고 한쪽으로 치워 정열을 시킨다.

"이것은 인범이 집 것"

나는 아내가 버무리는 배추가 떨어지는 가를 보고 있다가 쉼 없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추를 작업대 상단에 보급해야 하고 김치통이 완성되면 얼른 뚜껑을 찾아서 덮고 시원한 곳으로 옮겨놓고 다음 김치통을 대령시키고 배추가 작업대에서 모자라지 않도록 계속 절임 배추를 작업대 상단에 보충을 해 준다.

아내가 작업하는 동안 완성된 김치통을 랩으로 잘 덮고 뚜껑을 꽉 닫아서 한쪽으로 정열해 두고 작업대에 버무림 소가 모자라면 금세 보충을 해 주고 아내가 땀이라도 나는가 싶으면 얼른 수건으로 이마와 눈을 닦아주기도 한다.

아내는 나의 협조가 입속의 혀처럼 잘한다고 칭찬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의 기분은 우등상을 탄 초등학생처럼 기쁨으로 가슴이 울렁인다.

 

김치 두 통이 완성되었을 때 작업을 중단하고 인범이와 상원이에게 보낼 준비를 하였다.

김장용 비닐에 김치를 담고 두꺼운 종이 박스에 스티로폼을 깔고 얼음 팩을 끼우고 김치 담긴 비닐을 올리고 단단히 포장을 하여 두 개의 박스를 만들어 하나는 인범이 또 하나는 막둥이 상원이에게 보내기 위하여 우체국에 들렸다.

우체국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직원 두 명이 민원을 돕고 있었다.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우리가 먹을 김치를 담기 시작하였다.

김치 담기가 다 끝나고 나니 마음이 이토록 홀가분할 수가 없다.

1년 농사가 아닌가

아! 피곤하지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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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자와 해바라기 전정숙이 서울에서 돌아왔단다.

아주대 병원에서 얼마나 고생을 하였는지 두 사람 다 파김치가 되어 돌아왔단다.

김치 한 포기 식을 작은 그릇에 담아 소영이에게 하나 보내고

최덕자 전정숙에게 한 포기를 맛보라고 보냈다.

아내는 김장을 마치고 몸이 파김치가 되어 침대에 누워있고 

나도 바로 잠을 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