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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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5월의 마지막

정일웅 찻집 2024. 5. 31. 20:49

5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 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앞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득료애정통고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실료애정통고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었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것이다.

 

머문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이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발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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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마지막 날 밤

성모상 앞 묵주기도에는 많은 사람이 모였다.

가는 오월이 아쉬운 듯

모두 열심히 묵주기도 5단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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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내는 방송대학교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하여

첫 번째 시험을 보러 가고

 

 

나는 영보회 친구들과 

금산에 가서 

이병태가 사 주는 삼계탕을 먹을 것이다.

 

아내는 내일 시험을 보고 나면 

즐거운 낭보를 기다릴것이다.

 

'귀하는 성적 우수 장학생으로 선발 되었습니다.'

 

이러한 장학금의 혜택을

방송대학 일곱개 모두 받았고

이 번이 여덟 번 째 이니

장하고 기특하고 부럽고 사랑스럽다.

천재를 아내로

더불어 사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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