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
5월에는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된다.
시를 쓸 줄 모르더라도
그가 눈길을 주는 모든 삼라만상이
시가되고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추억이 되기도한다
5월에
아름답지 않은게 뭐가 있는가
5월에는 모든게 아름답다.
5월에 사랑을 가슴에 품지 않은 자 누구있을까?
5월엔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코로 들어오는 모든 향기가
피부에 감기는 모든 감각이
시가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오늘 하루도 시처럼 경건한 시간을 보냈다.
길주 운기 광래 나와 기환이가
팥죽집에 가서
꽁보리밥 상추 간장에 비벼서
팥죽 전에 나오는 서비스 꽁보리 비빔밥으로 배를 채우고
500원짜리 플라스틱 도시락을 사서
나중에 나오는 뜨거운 팥죽을
도시락에 고이 싸서 비닐백에 넣어들고
집에와서 냉장고에 넣고 아내를 기다리는
내 마음은 뿌듯한 행복이 가슴에 가득하였다.
성경공부를 끝내고
사촌 언니와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 오는 아내의 손에
뭔가 들려 있다.
"당신 팥죽 먹어 본 지 오래 됐지?"
하면서 비닐봉지 속에 든 팥죽 도시락을 꺼내 보인다.
"냉장고에 한 번 가봐!"
내가 들고 온 팥죽과 아내가 들고 온 팥죽이
냉장고 속에서 서로 보며
커다랗게 소리내어 웃는다.
나와 아내도
사랑으로 가득찬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행복의 웃음을 터뜨렸다.
...................................................................
천변을 걷고
묵주기도를 하고
미사를 드리고
집에 와서
아침에 두판 연속으로 깨진 아내가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장기판을 들고 온다.
두 판 만 더 뒤어............!!!!
"그래 뒤어!!!!"
또 한판을 내가 이겨 간다.
아내의 얼굴 색이 달라진다.
내(漢나라)가 車로 卒을 먹고 내 車가 卒에게 죽었다.
아내의 표정이 금새 밝아진다.
내 包가 초나라 象을 먹고 초나라 馬에게 죽었다.
한 나라가 초나라에게 깨박살이 났다.
아내의 얼굴이 환해지고 밝아지고 행복해지고 목소리에 신이 난다.
아내를 돈들이지 않고 행복하게 해 주는 방법을 나는 잘 안다.
행복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아내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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