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등대찻집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蟄居(칩거)

정일웅 찻집 2025. 1. 9. 18:23

11층 베란다에서 내려 본 풍경은

하얗게 싸여진 눈 위로 맑은 햇살이 내려와

정말 아름답고 평온한 눈세상이 되었기에

운동화 끈 단단히 조여 묶고

오리털 졈퍼를 입고 후드까지 뒤집어 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 갔다.

1층 현관의 문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린다.

우------------휘이~~~~~~~~~ㄱ

현관 여닫이 유리문이 약간씩 저절로 움직이며

햇빛을 받고 있다.

문을 밀었더니

밖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유리문을 밀고 있나?

잘 열리지 않는다.

힘을 주어 밀었더니

밀려서 열리는데 

칼같은 바람이 휘---익 나의 얼굴을 밀어 붙인다.

...................

..................

허이쿠~~~~!깜짝이야!

끽소리도 못하고 돌아서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왔다.

 

아파트 전체 자동 난방시스템

우리 우성 아파트의 좋은 점이다.

바깥 날씨를 짐작 할 수가 없이

아파트 실내는 항상 따뜻하다.

오늘 같은 날은 난방 온도를 더 높여서

약간 더워서

실내복이 두터우면 

땀이 난다.

..........................................................

제작년에 성당을 다녀 오는데

화단 옆에 눈이 약간 높게 쌓인 곳에서

아풀사 '미끈'~하고 엉덩방아를 쪘다.

그 상처로 1년간 고생한 생각이 난다.

눈, 얼음, 경사로, 공포증이 생겨서

지금도 무섭다.

................................

조용히 집에 있는것이

늙은이에게는 최고의 건강비결이다.

젊었을 적 미끄럼 타던 상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눈이 오면

누에고추 속의 번데기처럼 가만히 방구석에 있어야 한다.

蟄居해야 한다.

......................

실내에서 걷기를 한다.

스쿼시(?)운동을 한다.

츄리닝 하의 바지 포켓에 휴대폰을 넣고 걷고 스쿼시 운동을 했다.

만보기에 찍힌 숫자가 5000에 가까워졌다.

땀도 났다.

오늘은 그걸로 만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