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걷기 운동은 건지산이 최고다.
건지산에 막 들어가면 편백나무 숲이 빽빽히 조성되어
햇볕이 들어 올 틈이 없다.
겨우 들어오는 햇볕은 나뭇잎 사이로 겨우 겨우 뚫고 들어와서 달걀 크기 만 한
햇가루가 바닥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집에서 나와 전주교육지원청 옆 골목으로 나가면 팔달로, 한국은행 옆이다.
그 곳 정류장 옆에 신호등을 건너서 15m정도 가면 시내버스 정류장이다.
여기서 동물원에 가는 버스는
79번 165번 999번 세대의 버스가 있다.
165번은 국악원을 지나 소리문화전당쪽으로
직통으로 가는 버스라서 베드민턴 장 앞에서 내리면 되고
79번과 999번은 전주역 쪽으로 돌아서 호성동을 거쳐 동물원으로 간다.
그러므로 셋 중에서 하나를 타면 건지산으로 가게 됨으로
버스 승강장에 도착하면 5분도 못 되어서 셋 중 하나는 반드시 온다.
종점이 가까운 곳이라서 버스는 거의 텅 비어서 온다.
아내와 나 둘이서 엄청나게 큰 버스를 대절하여 동물원까지 오고 보면
기사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이다.
오늘 아내와 둘이서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김성지 교수님'을 만났다.
"아~! 두 분이서 오늘은 또 어디로 운동을 가시는가요?"하시며 반갑게 말씀하신다.
"교수님~! 저희들 요즘은 건지산으로 가요"하고 인사를 드렸다.
"두 분이서 같이 다니는 게 너무 보기 좋아요~! 잘 다녀오세요"하신다.
교수님은 금년에 92세이신데도 건강하시다.
우리 아파트에서 노 부부가
같이
성당에 다니고
같이
장보러 다니고
같이
운동을 다니는 부부는 거의 없다.
나와 아내 두 노인네는 성당에서나 아파트에서
둘이서만 붙어 다니는 "잉꼬 노부부"로 유명한가 보다.
오늘도 텅 빈 999번 버스가 와서
둘이서 올라와 아무 좌석이라도 골라서 앉았다.
동물원까지 가는 동안에 한 번도 타는 사람이 없었다.
동물원 주차장에서 바로 옆의 숲으로 들어가면 시원한 편백 그늘이 끝없이 펼쳐지고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서
온 산이 모두 나와 아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낙원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걷다보니 깨끗한 벤치가 몇개 설치된 조용한 곳에 아내가 앉자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아름드리 편백 밀림 속에서
아내는 내가 매고 간 베낭 속에서
따뜻하여 김이 나는 찰 옥수수 두 개를 꺼내어 한 개씩 먹었다.
오늘은 청솔모도 오지 않았다.
왔으면 청솔모에게도 몇 알을 선물로 줄 수 있었는데....
옥수수를 다 먹고 나니 아내는
'시니어 두유' 두 개와 단팥빵 두 개를 꺼내어 나에게 한 개씩 준다.
집에서부터 잘 준비를 해 온것을 나는 전혀 눈치를 못 채다가
뜻밖에 찰옥수수와 빵과 두유를 먹으니 훌륭한 점심이 되었다.
껍질들을 잘 접어서 가방에 넣고 천천히 걷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걷고나서 '숲속의 작은 도서관'옆에 오니 걷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나와 아내는 숲속의 '데크 길'을 걸어서 베드민턴 장 뒤에까지 와서
도로를 건너 버스 정거장이 있는 곳에서 잠깐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텅 빈 버스가 왔다.
동물원에서 출발하여 세번째 정거장이라서 사람이 없었다.
집에 가는 길은 시내로 가는 길 이므로 정거장 마다 한 두명씩 타는 승객이 있었다.
'한국은행' 정류장에서 내려서 교육청 골목을 빠져 나오면 바로 '우성 아파트' 정문이다.
행복한 운동 겸 우리의 꿈같은 소풍은 이렇게 마쳤다.
오늘 운동은 충분하였고
나와 아내가 마음속에서 솟아오른 행복은 가슴이 부풀만큼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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