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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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흉내 내기

8년전 월드컵축구 응원

정일웅 찻집 2010. 6. 24. 08:50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기간동안

나는 청주 교원대학교에서 교장 강습을 받고 있었다.

기숙사에서 단체로 숙식을 하며 있었기에

밤에는 학교의 주변에서 술 한잔을 마시고

강당에 모여

대형 스크린 앞에 앉아 단체 응원을 하였다.

학교의 울타리 북쪽을 막 넘어 서면

인가도 없고 온통 논 벌판이었다.

논 벌판 옆길을 따라 주욱 내려가면

주막이 몇개 있었다.

깜깜한 밤

논길을 걸어가노라면

꿈처럼 들려오는 개구리소리......정말 꿈 속의 정경이었다.

 

개구리의 응원

Andrea/정일웅

달도 안뜬 어둡고 조용한밤
개구리네 동내는 테레비도 없는데

8강이 결정되는 그순간에
우리보다 더 열심히
붉은보다 더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경기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제주도 울릉도 강화도
들녁에도 골짝에도
논베미 베미 마다

개구리는 때지어 응원하고 있었다.
'이겨이겨이겨이겨이겨이겨이겨'
'이겨이겨이겨이겨이겨이겨이겨'

가끔씩 맹꽁이는 한술 더떠서
'사강!'...
'사강!'...이라고 큰소리 치고 있었다.

한 뼘만큼 키가 큰 아기 모들이
산들산들 밤바람에 몸을 비비며
'사아-' '사아-' 사강을
기원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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