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4일 일기
벌써 한 달이 넘었다.
10월의 마지막 날 밤에 신부님의 전화를 받았다.
뜻밖에도
이번에 사목회장을 해 주셔야겠습니다.라는 말씀이었다.
"아니 ! 제가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직책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니까요 거절하지 마세요"
"신부님! 황덕구 부회장을 어떻게 하구요 당연히 그가 회장이 되어야 하지 않나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을 테니 그렇게 아세요"
"신부님 ! 다시 잘 생각 해보세요 저는 신부님 말씀에 순명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지만요....
그 말씀 안 들은걸로 할테니 더 생각해 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그럼 전화 끊습니다"
신부님은 더이상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전화를 끊었다.
권투글러브로 쎄게 머리를 한 방 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 졌다.
그로 부터 일주일이 지난 날
본격적인 사목회 분과장 인선이 시작된 모양이다.
나는 이 사실을 입 밖에 내지도 못한채 어리벙벙한 일주간을 보냈다.
꾸리아 회의가 진행되는 11월 4일 꾸리아 회의실에 신부님께서 강복을 주시기 위해서 들어 오셨다.
강복을 주시고 나가시면서
"이제 꾸리아 단장도 그만 두셔야겠습니다."
내가 이미 사목회장이 된듯 말씀하셨다.
사무실에서 신부님을 만났다.
"아! 다음 주일이 평신도 주일이니까 아직 임명장을 주지는 않았어도 교우들에게 소개를 하고
평신도 주일 강론을 해 주셔야 겠네요"
평신도 주일 강론자료가 벌써 내 앞으로 우편함에 벌써 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평신도 주일 강론을 하였고
아리숭한 신자들의 시선과 인사를 받으며
일주일이 지나서 임명장을 받았다.
사목회 조직이 아직 미완의 상태였다.
임 명 장
성명 : 정일웅
본명 : 안드레아
귀하를 천주교 전주교구 숲정이성당
사목평의회장으로 임명하오니 신자들의
신앙성숙과 본당의 발전을 위하여
항구한 기도와 겸손한 희생으로 성실하게
봉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 11월 18일
천주교 전주교구 숲정이 성당
주임신부 박인호 (베드로)
내 나이 75세에 사목회 회장으로 임명받으리라는 생각은 언감생심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회장은 황덕구 아우구스티노가 할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하였던 것이었고 나 또한 그렇게 믿었었다.
자세한 내용이나 마지막 사목회 총회의 분위기를 나는 알 수가 없으나
부회장이었던 황덕구 아우구스티노가 회장을 하라는 권유를 완강하게 거절하였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사목 총회장.....나에게는 여러가지 면에서 버거운 자리이다.
우선 나이가 많고
경제적 뒷바침이 부족하고
건강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
신부님께서 전화로 부탁한 말씀을 듣고
오죽하였으면 나에게 사목회장을 부탁한다고 했을까? 하는 측은한 마음이 생겨서
순명하는 수 밖에 없었다.
임명장을 받은 주일이 평신도 주일이라서
평신도를 대표해서 내가 강론 대에 섰다.
................
강론을 깔끔하게 잘 했다는 말들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이제 사목회 분과 구성까지 거의 끝이 났다.
홍보분과장만 뽑으면 된다,
이 성당 토박이 신자들은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은가 보다.
솔직한 마음으로 내 자신이 사목회장 자리는 버겁다.
여러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어떻게 하랴
일단 임명을 받은 것을.......내 성격대로 부드럽고 겸손하게 신자들을 대하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제는 번복할 수도 없다.
총재신부님의 결정이 내려 졌고 이미 임명장까지 받았으니
하는 수 밖에 별 수가 없다.
신앙생활을 더 열심히 하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이끄심에 맡기고
나의 천성대로 사목회를 이끌어 가는 수 밖에 없다.
주님 저에게 지혜를 주소서....하고 기도하는 일 밖에 더 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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