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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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유월의 詩

정일웅 찻집 2024. 6. 3. 19:33

유월들어 처음 보태니컬 가는 날

나는

6월부터는 그만두려 했었다.

아내는 

속이 상해 자기 혼자 

문화회관 강의실로 가고

혼자 집에 남은 나는

홀로 가는 아내의 뒷 모습이 안쓰럽게 자꾸만 떠오른다.

 

우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여리고 쓸쓸한 모습이

자꾸 슬프게 내 가슴을 적셔와서

부리나케 가방을 챙겨서

문화회관으로 갔다.

 

10분 늦게 들어 오는

나를 향한 눈빛들

아내의 눈에서는 

당연히 올 줄 알았다는 듯 안도의 빛이 비쳐들고

 

선생님은 절망에서 희망을 본 듯 가녀린 슬픔의 반가움

수강생 젊은 여인들의 

소박한 반김의 미소가

나를 

감동시키고 있었다.

 

전시회 한 번은 끝내고 졸업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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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오면/ Robert Bridges

 

유월이 오면 하루종일

향기로운 마른 풀 위에 내 사랑과 함께 앉아 있으리

산들바람 부는 저 높은 하늘에

흰구름이 지어 놓은 눈부신 궁전을 바라보리.

그녀는 노래를 부르고,

나는 그녀를 위해 노래를 지으리

마른 불내 향긋한 건초더미 위에 남몰래 둘이 누워

하루종일 달콤한 시를 읽으리

오, 인생은 아름다워라

유월이 오면.

 

When June is come, then all the day,
I'll sit with my love in the scented day,
And watch the sunshot palaces high
That the white clouds build in the breezy sky.

The singth, and I do make her a song
And read sweet poems the whole day long
Unseen as we lie in our haybuilt home,
O, life is delight when June is come.

           

 

 

유월이 오면 /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저녁 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6월 / 이외수 

 

바람부는 날 은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知天命)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유월의 언덕 /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When June is come, then all the day,
I'll sit with my love in the scented day,
And watch the sunshot palaces high
That the white clouds build in the breezy sky.

The singth, and I do make her a song
And read sweet poems the whole day long
Unseen as we lie in our haybuilt home,
O, life is delight when June is c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