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한강아무것도 남지 않은 천지에도남은 것들은 많았다. 그해 늦봄널브러진 지친 시간들을 밟아 으깨며어김없이 창은 밝아왔고흉몽은 습관처럼 생시를 드나들었다.이를 악물어도 등이시려워외마디 소리처럼 담 결려올 때분말 같은 햇살 앞에 그저눈 감으면 끝인 것을텃새들은 겨울부터 아니 그전 겨울부터 아니아니그 전 겨울부터목 아프게 지저귀고 있었다.때론 비가오고 때론 개었다.새 끼 식사는 한결 같았다.아아사는일이 거대한 장례식일 뿐이라면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어린 동생의 브라운관은 언제나처럼총탄과 수류탄으로 울부짖고 있었고그 틈에 우뚝 살아남은 영웅들의 미소가 의연했다.그해 늦봄 나무들마다 날리는 것은 꽃가루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