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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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처럼 쓴 이야기

쪽팔려서 죽겠다.

정일웅 찻집 2010. 8. 24. 13:06

'쪽팔리다'는 말을 이젠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정말 쪽팔려서 매우 고통스럽다.

시도때도 없이 생각만 하면 스스로 가슴이 저릴만큼 쪽팔리는 마음에 시달린다.

그 쪽팔림을 내 스스로 만들었으니 어찌하랴?

 

처음, 그러니까 그림을 내어다 전시장에 걸던 그 순간부터 후회와 자책과 자괴감에 마음이 부서져내리고 있었다.

남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달필도 아닌 솜씨에 그림 한 장을 그리는데 겨우 한두시간 끄적거려서 출품을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관람자를 우롱하는 행위거나 무시하는 태도라는 비난을 들어 마땅하다.

다른 회원들의 그림엔 고뇌에찬 붓질의 힘든 여정이 너무나 잘 보이고

나의 그림에서의 유치함과 무성의가 너무나 비교되고 있음을 느끼기에

나는 내 스스로 열등감과 수치심에 사로잡혀 고통을 견디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금주 목요일 오후, 그림을 철수하고 나서도 이 쪽팔림은 한동안 나를 괴롭힐것이다.

나의 그림이 걸려있는 전시장에 나가기가 싫다.

남들의 열심히 그린 그림들 사이에 나의 초라한 그림이 마치 길거리에서 알몸으로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있는 기분이다.

이번에 그림을 내지 않는다고 통보를 해 놓고서 왜 그것을 지키지 못하고 바보같이 출품을 하였는지 후회가 된다.

 

 

그림 전시회 오픈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병선을 만나고 정환성 유광열을 만나서 당구를 치면서도

시종 나의 감정은 수치심의 형벌을 받고 있었다.

 

당구도 잘 쳐지지않고 사소한 일에도 자꾸만 화가 치밀어 올라서 괜시리 오병선에게 마구 화풀이를 했다.

오병선은 영문도 모른채 삐져서 가버렸지만

술을 계속해서  더 퍼마셔도 수치심의 감정에서 도망칠수가 없었다.

너무나 많이 마신 술 탓에 토요일은 종일토록 누어있어야 했다.

일요일...미사중에 세례식에 최수석(라파엘)의 대부를 서 주고

오후에 사목회원 단체장의 동상면 안골산장에 물놀이에 갔을 때에도 나의 마음은 수치심의 형벌에 시달려야했고

어제도 오늘 지금 이순간도 전시장에 있을 나의 그림을 생각하면

가슴이 옥죄어지며 고통스런 수치감을 느낀다.

 

자책만 하고 있고 스스로 자괴감에 시달리면 어떻다는 말인가?

나야말로 정말 바보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부터 내년의 작품을 시작하여야한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만들어질 때까지 열심히 그려야하지 않겠는가? 

평화롭고 행복하던 내 마음이 이렇게 수치심으로 고통을 당하다니.....

 

아!

늙어가며 더욱 바보가 되어가는게 싫다.

 

정말 나는 소심증의 중증 환자인가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나의 쪽팔림의 형벌에서 벗어나보고싶은 반성문이요 몸부림이지만

글을 쓰는 이 순간도

계속 나의 그림은 전시장에서 남의 눈총을 받을 것이고

나는 계속해서 쪽팔림의 형벌을 받고 있을 것이다.

 

아! 정말 쪽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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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팔린 그림을 여기에 붙인다.

 (대금소리 )...한국전통문화고 근무시절 대금불던1학년 '동진'이

 

 

순천만 갈대축제에서 살풀이 춤을 추던 무희의 무대 등장 모습

(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