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남원고등학교
남원은 좀 멀긴 하여도 길이 좋고
지리산과 요천수와 맛좋은 음식점과 값싸고 안주 좋은 술집이 많고
춘향골 이라서인지 여인내가 예쁘고 ....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학생들도 순진하고 .......
아무튼 여러 가지로 마음이 흡족하여 부임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전임 미술교사는 정년퇴직을 하셨단다.
내일쯤은 남원고등학교의 위치파악을 위하여 한 번 가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밤 아홉시 경이었다.
'따르릉~~'전화벨이 울렸다.
"남양아파틉니다.!"
"아!~ 저!! 저 정일웅 선생님 댁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정일웅입니다만...."
"아!! 반갑습니다.
저는 요~~~ 남원고등학교 교- 교감입니다요~~....참말로 잘~~ 오셨습니다요... 축하드리고요~!
저희학교에 교- 교무 부장허.. 허실 분이 꼬옥 오셔야 허는디 저저..정선생님께서 오시게 되어서 차.. 참말로 잘!~되었구만이요!!"'
제가 다 알아봤그만요~~~
점수도 다~~ 차시고 이제 곧 승진을 허셔야 허는디
저희 학교는 승진 희망자가 한사람도 없구만이요~~ 그려~ 서 더욱 자알 되았구만요~~ 축하드려요~~~"
교감 ‘장 동희’선생님은 약간 더듬거리는 말투로 천천히 자기의 말만 계속하고 있었다.
교감 ‘장 동희’선생님! 전주교육대학2회 수석 졸업생으로 나의 1년 선배였고 천성이 착한 분이었다.
교장 ‘한 수종’선생님도 입지전적 인물로 <한문 고서 번역>, <일본서적 번역> 등 다방면에 능력 있는 분 이었다
두 분 모두 나의 장래를 위하여 승진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진심으로 권하였고
내 스스로 나의 승진을 위하여 노력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연구학교의 연구위원으로 등록하여 연구학교 점수를 주겠으며
또한 승진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근무평정 점수 1위를 주겠다고 하였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렸더니 벽지의 중학교도 아닌
시내의 고등학교에서 나를 승진시키려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다니....꿈같은 일이었다.
하느님은 마음을 비운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는 것일까?
승진을 포기하고 조용히 보내고자하는 마음의 저 밑바닥 한곳에 아직도 미련이 남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하느님께서 안타깝게 보시고 용기를 주심인가?
그래!
한번 해 보는 거다!
이런 기회는 내 인생에서 마지막이다!
힘이 솟았다.
승진의 꿈을 버린 것은 모자라는 연구점수 2점을 채울 길이 없어서였다.
또한 근무평정 점수 80점 만점을 받으려면 얼마나 힘 드는 일인가?
교장의 온갖 비위를 다 맞춰 줘야하고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하여 온갖 비굴한 행동을 하여야한다.
자존심을 버려야하고 동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감수하여야하는 행동을 하기 싫어서 과감히 마음을 비웠던 것인데..........
남원고등학교는 경쟁자가 없는 학교였고 교장 교감이 오히려 나를 도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가?
이런 기회를 놓치면 나는 평교사로 만족하며 정년퇴임까지 지내야 한다.
평교사 퇴임이 싫어서가 아니다!
다만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저절로 왔는데 이것을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도전하자!
연구점수 1점을 받으려면 전공과목과 관련된 대학원을 졸업하여야 하는 힘든 점수였다.
교장 교감이 권하는 ‘교무부장’은 끝내 사양을 하고 ‘상담 주임’을 맡기로 하였다.
이 학교에서도 어떻게 알았는지
1년이 지나자 나에게 친목회 간사를 하여 달라고 모두가 부탁을 하였다.
나는 기꺼이 승낙하였다.
친목회 간사는 나의 천부적인 기질이었나 보다.
풍남여중에서 나오는 날까지 나의 송별회를 내가 사회를 보며 끝까지 친목회 간사를 했으니.......
남원고등학교는 정말 분위기가 좋은 학교였다.
나이 젊으 선생님들이 많았고 모두 예의바르고 친절하고 남을 배려하는 선생님들이었다.
새로 지은 건물의 3층 교실 두 칸의 길이에 복도를 포함한 넓은 교실이 미술실이었고
미술 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이 교실에 모여 미술 수업을 하였다.
나의 전용 화실이자 교실이다.
학교에서 개인용 컴퓨터도 마련하여주었고 학생지도에 필요한 미술자료도 원하는 데로 구입하여 주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나의 승진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떻게 2점이라는 연구점수를 확보할까?
며칠 동안 머릿속에 맴도는 아이디어를 찾으려 고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