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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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란처럼 살아온 나의 이야기/54. 정년 퇴임을 맞아

54. 정년 퇴임을 맞아

정일웅 찻집 2016. 7. 7. 14:22

 

 

54. 정년 퇴임식

 

아내 최 우남이 나의 퇴임식에 와서

단상에 올라와 내 곁에 나란히 앉았다.

힘든 결혼에서 시작된

모진 어려움들..... 슬기롭게 헤쳐 나가며 살아온 세월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머리에 기계독이 허옇게 번져

대가리 곰팡난 놈이......

 

바위틈에 뿌리 내린 풍란처럼...

죽지 않고 살아

 

학교를 다니고

교육대학 학생이 되고

 

 

논 벌판의

가마니 교실에서 시작한 교단생활......

 

수많은 고비마다

주님의 숨은 손이 나를 끌어 주셨고

 

 

건강한 몸으로

정년퇴임을 하게 된 것도 모두 주님의 은혜이다.....

 

지사중학교 제자들이 찾아오고

초등학교 제자들도 찾아 주고

 

퇴직하신 '주 동식' 장학관님이 반갑게 찾아 주셨다.

 

교장 동기생들....‘권 홍주’ ‘윤 덕현’.....아직 현직에 있는 친구들이

찾아 주었다.

..................

퇴임식이 끝나고

전 직원과 참석자들을 위한 점심식사를 하였다.

...............

모두 헤어지고

아내와 둘째 '인범'이 내외와 손자 '승민'이와

집으로 돌아오는 내 어깨는 갑자기 허전할 정도로 가벼웠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다가

짐을 푸고 지개를 버리고 내려오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가벼움을 형언 할 길이 없을 정도로

홀가분하였다.

 

!

 

내가 짊어 졌던 짐이

그렇게도 무거웠던 것이었을까?...................

......................................

......................................

다시는

나의 뒤를 돌아보며

미련을 갖지 않으리라.

이제 모든 것들은 나의 후배들이

더 낳은 세상을 열어 갈 것이다.

 

 

다시는

 

교단생활에

간섭 하지도,

참견 하지도 않고

깨끗하게 잊으리라...... 다짐 한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는 세월은 모든 걸 씻어내고

 

기억의 단상들도

 

뭇 사람들의 뇌리에서 희미하게 지워질 것이다.

 

세월의 강물은

쉼 없이 흘러

 

나를 태운 일엽편주는

벌써 아득한 저편에

흘러갔고

 

이젠

그 옛날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시간에

 

나의

영혼도

그렇게 소리 없이 내게서 떠나갈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생의 고비마다

절망 직전의 순간마다

 

내 의욕에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내 손을 잡고

방향을 이끌어 주던 그 신비로운 손

그 손은 하느님의 손길이었음을 믿는다.

 

그 때마다

나도 모르게 부르짖던 기도!

!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는 이 화살기도를 퇴임식을 마친 마지막 순간에 주님께 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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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도록 나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나의 자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정일웅 자서전을 이상으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