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바둑을 두었다.
세상이라는 바둑판위에서
나와 나를 해치려는 온갖 것들....
바이러스, 코로나 균, 담배연기, 뜨겁던 여름의 열기, 스치고 지나간 숱한 자동차,
음식을 통하여 입으로 침범한 엄청난 세균과 유해 물질들.....이 것들을 피해가며, 맞서서 죽여가며, 잘 살았다.
포석 단계부터 기세잡기와 좋은 위치 선점이 중요하다.
내가 한 점 놓으면 상대방이 한 점 놓는다.
굶을 수도 없고 나 혼자 두점을 놓을 수 없다.
공평하게 한 점 씩 놓아간다.
포석 단계가 끝나면서 여기 저기 한 점 한 점 놓을 때마다 전세가 좋다가 기울다가를 반복하며 싸우게 된다.
바이러스가 침입하여 전신에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주사를 맞았다.
싸우다 죽이면 포로를 잡아오고 싸우다 죽으면 나의 병사가 잡혀 간다.
전쟁이 다 끝나면 확보한 집을 정리하고 잡힌 시체를 상대방의 땅에 묻어간다.
시체를 다 묻고서도 남는 땅의 숫자를 세어서 승패를 가름한다.
12월 말일 경 오늘과 내일은 바둑에서 전쟁이 다 끝나고 계가를 하는 단계이다.
삶과 죽음의 싸움이다.
나는 살아 있음으로 바둑은 이겼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온갖 바이러스와 각종 해로운 음식과 해로운 공기와 지쳐가는 나의 면역체계가
나를 죽음에서 건져 주었으므로 나는 승리자가 됐다.
나의 1년 바둑은 끝이 났다.
우리 영보회의 친구 염대홍....그에게 모처럼 전화를 하였더니
대홍이의 아들이 받는다.
"아버지는 전화 못 받으셔요.....파킨슨이 와서 잘 걷지도 말도 잘 못하고 ....그래서 ....."아들이 말을 잇지 못한다.
소웅이, 영환이, 익환이, ....이제 대홍이도 얼마 남지 않았나?
점용이는 전화는 잘 받는데 왜 못나오는 걸까?
말 할 수 없는 가정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2023년 9월 6일 .....금연 시작....오늘까지 거의 4개월이 가까워 졌다.
요즘 겨우 성대에 붙는 가래가 성대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
담배로 부터 성대를 보호하려고 담배만 피우면 가래가 성대에 달라붙어서
소리를 내어도 성대가 떨리지를 않으니 못 쉰소리가 나고 맑은 소리를 내지 못하였었는데
이제 겨우 그 가래 증상이 조금씩 누구러 진다.
성당에서 성가를 부를 때 맑은 소리가 나니 세상 살 맛이 난다......
고마운 나, 금연하는 나, 장한 나, ...나의 성대는 나를 칭찬한다.
담배를 끊은 것만 하여도
나의 바둑은 훌륭하게 잘 뒨 것이다.
오늘 애령회 총회를 하고 마이골에서 부부 식사를 하였다.
성당 식구들과 같이 하니 대충 30명은 훨씬 넘었을 거다.
내년에도 금연은 계속되어야 한다.
내년에는 뭔가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두뇌 훈련이나 손가락, 입,혀, 의 훈련이라도 더 하여 잊혀져 가는
악기의 운지라도 다시 연습을 할것인지
다른 배움의 장소를 탐색할 것인지
나의 새로운 1년을 위하여 연구하고 힘써보자...............
내년에도 새로운 바둑을 두어야 한다.
새로운 용의 해에는
龍이 되어 볼거나 如意珠를 입에 물고 있는 살아있는 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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