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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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흉내 내기

땀의 의미

정일웅 찻집 2007. 7. 16. 15:35
땀의 의미

모시 적삼에 쉰 냄새 찌들도록
양은그릇 이고 지고
산골에서 주전자 팔고
들 집에서 양푼 팔아
남편은 살리고 보자
삼남매 죽지 않게 키워야 한다.
희생과 사랑으로 범벅된 어머니의 땀

빡빡 깎은 작은 머리통에서
줄줄줄 목타고 흐르고
등짝과 가슴패기에 붉은 열꽃 땀띠밭
신문들고 뛰면서 고무신 미끄러 벗겨지던 개발의 땀

눈으로 흘러 들면 쓰려서 눈물나고
손등으로 문지르면 검정 땟국 얼굴에 먹칠하고
입에 흘러 들 땐 짭짤한 맛으로
허기진 배 달래던 아! 중학시절 그때의 땀이여!

갓 시집온 새 색씨가
도정공장에서 왕겨 이어 나르고
짚푸락 풀무로 군불 때어 젖병 끓이고
우물에 얼음깨어 기저귀 빨며
손은 얼어도 등엔 땀베던 아! 내 아내의 땀이여!

나의 아들들아!

나의 엄마는 그렇게 땀을 흘리고
엄마의 아들인 아빠는 그렇게 땀흘렸고
아빠에게 시집온 엄마는 그렇게 땀 흘렸단다.

아들들아 내 삼형제야!

너희는 에어컨 앞에서
짜증내며 선풍기를 트느냐?

아이들아!
너희들이 큰 것은
땀이 거름이었음을 아느냐 모르느냐?

(무척 더운 7월 29일 대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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