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곡
아가엄마 다녀올께 밥잘먹고 공부잘해 여보오늘 오실때는 생일선물 사오세요
태양빛도 똑같았고 바람결도 똑같았다 가벼운발 사뿐사뿐 항상같은 지하철속
저승사자 장난이냐 세말오는 징조더냐 정신병자 불장난이 불지옥을 만들었다
어쩔거나 어쩔거나 이노릇을 어쩔거나 대명천지 새천년에 불벼락이 웬말이냐
막피는꽃 어린생명 꽃청춘을 앗아가고 어진남편 착한아내 가정꽃밭 불사르고
목터지게 울어봐도 땅을치고 통곡해도 돌이킬순 없는걸까 되돌릴수 없는걸까
들려오는 그대음성 떠오르는 당신모습 눈앞에는 살아있어 웃음띄고 손짓하네
하염없이 눈물흘러 옷자락을 다적셔도 눈감어서 보이는님 눈을뜨면 사라지네
엄마엄마 찾는아이 울먹이며 부르짓네 엄마엄마 말잘듣고 착할께요 빨리와요
엄마아빠 살려줘요 불속에서 나죽어요 뜨거워요 무서워요 오하느님 천지신명
귀를막고 절규해도 뼈속깊이 사무치는 심장까지 사무치는 이비규환 외침소리
안들어도 들린다네 더처참히 들린다네 마지막에 숨질순간 어이어이 떠나갔나
향불연기 스름스름 하늘위로 올라가고 유족오열 기력잃고 탕진하여 쓰러져도
애달플손 가신님은 다신오지 못하는가 타임머신 있다며는 되돌릴수 없는걸까
까맣게탄 잿더미속 내아들이 있을건가 내아내의 머리핀이 혹시저기 있을건가
시신확인 못한가족 타는가슴 헤아릴까 디엔에이 감식반이 못찾으면 어이하나
불지옥서 죽은가족 찾지못한 유족들은 더뜨거운 불지옥을 현실에서 만난다네
영령이여 영력으로 당신흔적 알려주어 묘비앞에 당신이름 새겨놓게 하옵소서
오늘새벽 겨울비는 그침없이 우는구나 영령들의 눈물인가 안개처럼 내리는비
이마에도 뺨위에도 눈물처럼 흐른다네 온겨레와 세상사람 님들위해 울어주니
영령이여 인생고해 빨리마쳐 가신그곳 평안하게 지내시다 내가갈때 만나보고
사랑하는 아내남편 그리웁던 아들딸들 엄마아빠 학급친구 직장동료 일가친척
흘려파인 눈물자욱 사랑으로 지워주고 타고나서 재로변한 애간장을 만져주오
님들눈물 하늘에서 은하수를 물들이고 님들위해 흘린눈물 팔공산에 폭포되리
201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로
숨진 영혼들을 위하여
* 삼가 고인들이 명복을 비나이다 * 정일웅 謹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