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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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쓸 이야기가 있는 날

보람 된 일 못 해도 세월은 간다.

정일웅 찻집 2025. 9. 15. 19:51

또다시 해는 떴고 하루가 흘러간다.

살아 있음으로 아내와 장기를 둔다.

한번은 이기고 한번은 졌다.

아내가 그냥 만족하려 애 써주니 고맙다.

 

전화 벨이 울린다. 길주다.

"어~! 나다~!"

"야~! 광래가 온단다."

"알았어... 니가 와라~!"

"그려 내가 갈게"

전화를 끊었다.

"무슨 전화가 그래?"아내가 말한다.

"인제 긴 말이 필요 없어 쩍허먼 입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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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중리에서 편의점 커피를 빼먹었다.

'주희'는 밤새 일하고 아침에 들어갔단다. 알바하는 아가씨가 말 한다.

 

헛개차 한병을 카운터로 가지고 갔다.

"이건 one plus one인데요"한 병은 안 팔고 두 병씩 판다는 얘기다.

음료수 냉장고에 가 봤더니 헛개차가 안 보인다.

 

안 보인다고 했더니

아가씨가 와서 찾아주었다."천이백오십원입니다"

이천원을 주고 동전을 거슬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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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모여도   딱히 갈 곳이 없다.

'어디 갈꺼나?"

"걍 암디나 니 맘때로 혀라"

"오수쪽으로 혀서 한 바꾸 돌다 오자"

"의견축제 헌다는 말이 있던디...."

 

오수에 가서 원동산 앞 한식 뷔페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오수 장날이라서 식당에 손님이 많았다.

 

주민들은 '의견축제'에 대한 것은  아무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주인인듯 보이는 영감님이 불편한 다리를 끌고

식당 앞 화단의 화분을 다듬고 있었다.

우리와 엇비슷하게 늙은 영감이다.

길주가 말을 붙여 화분의 꽃이름을 물어 보고

나이도 물어 봤다.

아직 80도 못 되었다.78세란다.

 

"건강들 하시네요....저도 다리만 이렇지 아직 건강혀요...~!"

잘 못 걸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오래 살 것 같다고 생각한다.

표현은 엄살을 부려도 마음 속으로는 오래 살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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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은 광래가 안 가 본 길을 간다고

세심과 박사마을을 지나 덕치에서 순창으로 빠졌다가 

임실 강진면과 필봉리 학석리를 거쳐 운암을 지나 평화동 쪽으로 돌아서 

아파트까지 왔다.

 

집에 와서 복자성당까지 걷기 운동을 하고

저녁식사에

아내가 조기를 얼큰짭짤하게 잘 지져놓아서

입맛을 돋구어 맛있게 먹었다.

 

하루를 좀 허망하게 보낸것 같은 느낌이 든다.

 

노인의 하루는

그냥 그럭저럭 이렇게 보내는 것인가 보다.

 

글 쓰는 글쟁이들은

늙어서도 보람있는 세월을 어떻게 보내야 한다느니

말도 많다만

무슨 일을 얼마나 하랴~!

특별한 사람들 몇몇은 그렇게 보람된 일을 창조적으로 만들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우리같은 보통 늙은이들은 대 부분 

그럭저럭 나처럼 지내다 가는 거지 뭐.......

 

어제 하모니카를 불어 보았더니

아직 음정을 잊어먹지는 않았다는것을 알았다.

 

대중 앞에서 이 나이에 하모니카를 분다는 것도 구성 빠지는 일이다.

노인은 노인답게 조용히 한쪽에 찌그러져 살아야지.......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반길지라도

내가 남에게 다가가서는 모두가 꺼린다.

조심해야 할 일이다.

 

내가 가까이 가도 아무일 없이 반기고 사랑하는 이는 '하느님'밖에 안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