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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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흉내 내기

지상 낙원

정일웅 찻집 2007. 7. 20. 10:59
저는요 지금
지상 낙원에 와 있답니다.

열두평 작은 방에서
커튼을 걷고 창 밖을 봅니다.
네 개의 유리창이 그림으로 변합니다.
맨 아래 오른편 그림에는
무궁화 보라색 꽃이 줄지어 늘어서서
운동장으로 내려갈 순서를 기다립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꽃들은
수줍어 잎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습니다.
사루비아 꼬마들이 무궁화의 치마를 잡고
같이 가자고 졸라댑니다.

윗 편 그림엔
녹색 양탄자 펼친 운동장
운동장 가장자리를 빙빙 돌며 작은 소리로 노래하는 또랑
그 위로
벼이삭 쓰다듬는 산들바람이 노니는 넓은 뜰
햇빛 조각들이 반짝이는 비닐하우스의 지붕들

그 뒤에
조개껍질처럼
이마를 마주 대고 속삭이는 작은 집들이 있네요

진짜 멋있는 건
파란 바탕색 위에
우뚝 솟은 장안산의 머리와 어깨에서
모락모락 피어나 커지는 하얀 목화 꽃
겹겹으로 세워놓은 녹색 병풍

아!
그 아름다운 그림에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쓰르라미의 유창한 노래에
키 큰 플라타나스 잎들이 박자를 맞춰 춤을 춥니다.
아!
모든 소리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또 들립니다.
이층에서 나는 풍금소리와 아이들의 노래 소리
....어-제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하기-......
아스라이 들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와 학생들의 웃음소리...

'들소들이 뛰고 노루사슴 노는 ......'
'언덕위의 집' 노래곡조로 된 끝 종소리가 들립니다.
발자국소리와 천사들의 까르르 부서지는 웃음소리가
가까워 집니다.

보이는 모든 자연이 아름답고
같이 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아름답고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아름다운
이곳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입니다.

나는 하루종일 천국에서 사는
이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여기가 어디냐구요???
귀 좀 가까이..... 혼자만 아셔요!!!
'전북 장수군 계남면 계남중학교예요'
'쉿!'

(계남중학교 교장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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