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 뒤 하늘은
티끌 하나 없이 얼마나 맑고 투명한가.
마자리의 초가 마을.
임실 오정리의 야산아래
눈 쌓인 초가집과
짚이엉 덮힌 돌담 위의 눈
두만리, 정월리, 오정리,로 흐르는
임칠 천변의
논 밭 이랑에 눈 덮힌 들녘
눈 덮힌 변산
동진강가 폐선 위에 쌓인 눈
교동 한옥마을
눈 쌓인 기와지붕과 돌담위의 눈
......................
필름 카메라를 목에 걸고
지리산 와운리의 초가마을
상관 마자리의 초가마을
이영태와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설경을 그리던 젊은 날
영태에게 전화를 걸려고 폰을 들었다.
아~! 영태 죽었지........
박두수 선생과
일미집에서
그려온 그림을 벽에 기대놓고
막걸리 마시며 그림 얘기를 하던 날
그립다.......
그 때의 젊음이
그 때 마시던 술맛의 향기가
까로미오벤 끄레디미아르멘
쎈자디 때- 랑구이 쎄일 꼬오ㅡㄹ
................................
케벨라 코-사
나이우르 나 타에 쏘레
나리아 쌔레 나 돞 포나템 페-스타
뻴라리아 쁘레 스카
파레지아나 페 스타
케벨라 코사 나이우르 나--타에 솔---레
......................
나는 풀라시도 도밍고도 되었다가
앙드레 보첼리도 됐다가
파바로티도 되고
엄정행도 됐었다.
술이란 좋은 것이었다.
그림하고
노래하고
잘도 어울리는 것이었다.
..............................
이젠
마트에 끌개를 끌어주는
아내의 짐꾼
오늘도
끌개를 눈 길 위로 끌고 오면서
나는 속으로
노래를 불렀었다.
아무도 모르게
엄정행이 불렀던
고향의 노래
국화꽃 져버린 가을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 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아아
이제는 한 적한 들녘에 서 보라-
고향집 싸리위엔 함박눈이 내리네
고향집 싸리위엔 함박눈이 내--- 리--네
가사가 뒤섞여도 괜찮다
아무도 듣는 이가 없으니까
나 혼자 부르고
나 혼자 듣는다.
자동차의 바퀴소리
사람들의 말소리가
모두
내 노래를 듣고 질러주는
함성소리이다.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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