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소폰을 연주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시작해 불까? 하다가도 이제 새로 배우기엔 나이가 너무 들었다는 핑게로 결심을 접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내를 배회하다가 나도 모르게 악기점으로 들어섰다.
일찌기 면식이 있던 중앙악기점의 '김인곤'사장님과 알토섹소폰에 대하여 이것저것 묻고 얘기하던 중에
"백남섭 섹소폰 학원에는 74세 되신 노인도 지난 달 부터 배우기 시작합디다!"라는 사장의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더이상 망설이기 싫었다.
애라! 모르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았는가?
거금 130만원을 카드로 결재하고 색소폰과 보면대, 악기 스텐드와 교본 책을 차에 싣고 집에 오는 나의 발걸음은 무척 가볍고 신이 났다.
용기를 내어 악기를 구입하기까지 1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혼자서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
1주일 이상을 집에서 소리를 내어 보다가 노인이 다닌다고 하는 ''백남섭 섹소폰 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그날이 2008년 9월 29일
10월 1일 부터 학원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리드 꽂는 방법부터 다시 배웠다.
턱을 앞으로 빼고 입술로 마우스피스를 물고 호흡을 내 뿜는 방법부터 내가 생각하던거와는 매우 달랐다.
역시 프로에게 배워야 하는가 보다
나는 열심히 연습을 하였다.
원장 선생님은 친절하고 자상하게 잘 지도하여 주셨다.
다장조의 기본 음계를 익히고 운지법을 한 음씩 터득하여 가며 나의 음악적 감성을 섹소폰에 접목시켜 나가며 연주를 하였다.
한달만에 기초 교본 1권을 끝냈다.
쉬운 노래도 불어보았다.
나의 학습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원장선생님이 격려하여 주었기에 신이나서 열심히 연마하였다.
학원생 색소폰 연주회가 있었던 어제(2009년 1월 10일 오후 3시 )까지 정확하게 3개월 10일 간 .....그러니까
도중에 인도 여행으로 15일간 빠지긴 하였지만 100일 동안 연습을 한 것이었다.
내가 연주한 곡목은 첫곡이 나훈아의 '가슴아프게'였다.
D major곡으로 편곡자가 많은 꾸밈음을 넣어 초보자인 내가 처음 불기엔 약간 버거웠지만 며칠간의 연습으로 악보를 외울수가 있었다.
두번째 곡은 나의 학창시절 라디오에서 들었던 추억의 곡....'미망인의 블루스'라는 명칭도 가지고 있는'Tuff'라는 경음악곡이었다.
역시 D major 곡이었으며 높은음은 3옥타브 E음까지 나왔지만 무난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연주회를 시작하는 시간이 되었다.
출연자 16명을 응원하고 축하하러 온 하객이 연주실을 가득 매웠다.
내가 여섯번째로 연주를 하였고 연주 장소에는 아내와 다정한 아우들 '우제철', '오병선',과 '유광열' 부부, 그리고 호미회에서 알게된 작가 '금띠빛'님과 '배윤주'님이 격려 겸 축하객으로 참석하여 주었다.
개인 연습실에서 연주 할 때와 달리 무척 긴장되고 떨렸기에 첫 곡 '가슴아프게'는 한 군데 고음이 나오지 않았고 연주속도가 나도 모르게 빨라져서 당황하기도 하였으나 두번째 곡 'Tuff'는 나 스스로 만족할 만 하게 연주가 된듯 싶다.
아직 바이브레이션 기술이 부족하여 곡을 환상적 분위기로 연주하지는 못하였지만 이제 100일 된 갖난아이의 걸음마 치곤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만족하였다.
우리가 연주하는 동안 전자피아노 반주를 하여주신 양교수님의 솜씨가 우리의 실수를 엄청나게 커버하여 주셨기에 서툰 연주도 더욱 빛이 났다.
연주가 끝나자 많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아내와 나를 격려하러 온 아우들이 칭찬을 하는 바람에 우쭐함을 어색하게 느끼기도 하였다.
다음엔 성당에서 영성체후 묵상곡을 연주할 수 있을때까지
'야훼는 나의 목자'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습해 보려 한다.
방금 홍지서림에 들려서 'Kenny G'의 연주곡 집과 가요 곡집 2권을 사왔다.
값이 3만 천원이었지만 현금 1000원 밖에 들지 않고 구입하였다.
연금관리공단의 월간지에 낱말 맞추기 퀴즈에 정답을 보냈더니 당첨이 되어 문화상품권 30000원짜리가 왔었기에 지갑속에 넣어 두었던 상품권으로 책을 산 것이다. 정말 기분이 좋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연주하며 나의 인생을 즐겨야 하겠다.
섹소폰을 배우기 참 잘~했다.
점심을 먹었으니 빨리 학원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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