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로 북적이던 집 안에는
웃음 소리와 장난감 소리에 귀가 멍멍하였는데
막둥이의 아들 승재가 가고나니
갑자기 집안이 너무 조용해 졌다.
늘 있었던 정적이었건만
오늘의 이 고요함은 쓸쓸한 색깔이 묻혀져 갑자기 낯설다.
유리창을 닫으니 쌀쌀한듯 시원한 바람이 멎고
낯설은 정적이 아내와 나를 휘감는다.
천변 산책로를 걷다가
돌아와 아파트 철문을 열면
아래층 눈치보게 들려오던 피아노 소리
장난감 기차 돌아가는 소리가
금방 들릴듯 한데
싸늘하게 식은 넓은 거실의 정적이
갑자기 쓸쓸하다.
싸늘해진 바람이 싫어서
문을 닫고 보니
적막한 고요는 슬픈 색으로 공기를 채색하고
널부러진 장난감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장난감을 챙겨 박스에 담으면서
돌아오는 설날에나
너의 소리를 다시 듣게 되려나?
두 늙은이의 가슴에 그리움이 밀려든다.
올때는 반갑고
갈때는 더 반갑디야....
손자들의 재롱이 반갑지만
금방 힘들고 귀찮아져서
하는 소리였겠지
설날이 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한
나의 손자들이
이런 장난감에는
눈길도 주지 않겠지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효용채감의 법칙이
또 다시 다른 모습으로
쓸쓸한 우리를 만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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